키씽에이즈쌀롱 시즌3 11월 쌀롱 후기

※키씽에이즈쌀롱 시즌3?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의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해소하기 위해, HIV감염인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Gay bar에서 열리는 토크쇼입니다. 시즌1과 2는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시작, 진행하였고 시즌3은 커뮤니티알이 이어서 진행하였습니다.

키씽에이즈쌀롱 시즌3 – 11월 쌀롱 후기

작성: 소주

키씽에이즈쌀롱 시즌3의 마지막 시간이 지난 11월 30일 토요일에 진행되었습니다.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 HIV/AIDS감염인 인권의 날을 앞두고 열린 이번 쌀롱에서는 유쾌한 분위기 속 웃음이 넘쳐나는 분위기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HIV/AIDS가 주제인 행사를 진행할 때, 사실 유쾌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쌀롱에서는 패널 포니의 입담과 재치,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HIV감염인이라고 소개하는 동시에 웃음을 만들어내는 포니의 능력에 관객 모두가 매료되었죠.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특별히 선물받은 ‘유니콘 모자’를 쓰고 패널에 임한 포니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언제 확진을 받았고, 그 때의 심정은 어땠는지 등등… 다행히 포니는 확진 초기에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상태여서 그렇게 좌절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정보를 어떻게 잘 알고 있을 수 있었냐는 질문에 포니는 인터넷 서핑하다 우연히 올바른 정보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답했습니다.

남중-남고, 좋은 코스(?)를 밟았다고 좋아한 포니는 사실 공교육의 성소수자-에이즈혐오적 성교육의 피해자이기도 했습니다. 교사는 성소수자-에이즈혐오의 발언을 성교육시간에 아무렇지 얘기하였고, 어렸던 포니는 그대로 상처를 받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한국에서의 교육은 성소수자를 혐오하며 에이즈를 여전히 죽음의 질병이라고 가르칩니다. 지금 포니는 웃으며 얘기하지만 당시에는 충격이었고 힘들었다고 얘기했습니다.

유쾌함으로 무장한 포니에게도 힘든 시절은 있었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 비슷한 사람을 찾을 수 없는 환경속에서 겪는 외로움.. HIV감염사실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고립감.. HIV감염사실을 커밍아웃 해도 온전히 소통하기 어려운 한계 등. 그런데 포니는 운명처럼 커뮤니티알을 만났다고 얘기했습니다. 확진 초기에 이반시티를 서핑하는데 커뮤니티알의 홍보글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포니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마치 이건 날 위해 준비된 것 같군!!! 솟아날 구멍이 있구나!”

커뮤니티알이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얘기하는 포니는 HIV감염인 당사자 끼리만 공유가 가능하고 웃을 수 있는 농담을 소개해주었습니다. 비감염인들이 봤을 때에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각한 것은 아닌지’ 이런 반응인 농담들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런 말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일까요?

“교통사고 말고 나는 에이즈로 죽고싶어!!”

이 말은 포니가 같은 HIV감염인 커뮤니티알 회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의 위험을 간신히 모면한 후의 순간 던진 농담의 말이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친구들은 깔깔 거리고 웃었다고 했고, 쌀롱에 온 관객들도 맥락을 듣고나서는 깔깔깔 거리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서로의 사정을 아는 사이에서만 가능한 농담이었던 것이죠. 에이즈가 더 이상 죽음의 질병이 아니라는 것과, 그것을 희화화 할 수 있는 HIV감염인 당사자로서의 여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농담입니다. 마치 ‘유병장수’ 처럼요. HIV감염인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병장수라는 말 대신에 유병장수하자는 말로 농담을 주고받곤 합니다. 맞습니다. 당사자의 유머, 농담이죠.

포니는 커뮤니티알이 퀴어문화축제에서 부스운영을 할 수 있게 최초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오는 오프라인 공간에 당당히 나서자고 제안한 것이죠. 그때의 심정과 의미를 물어봤습니다. 포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도 세상에 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목소리를 외치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우리끼리 안전함을 느끼고 만족할 수도 있지만, 결국에 변해야 하는 것은 이 세상이니까요. 그리고 다른 HIV감염인들이 우리 부스를 보고 용기와 위안을 얻길 바랐어요.”

쌀롱을 진행한 당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 HIV/AIDS감염인 인권의 날 전날이었습니다. 그래서 1년에 하루인 에이즈의 날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습니다. ‘이 날이 어떤 의미인지?’. 포니는 다양한 활동들을 언급하며 이번 슬로건(POSITIVE긍정하라)이 마음에 들고 좋다고 얘기했습니다. 활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분명 포니의 진심이었겠지만, 사전미팅에서 얘기했던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어서 제가 언급했습니다.

“공휴일로 지정해주던가, HIV감염인들이 쉴 수 있게.(웃음)”

관객과 우리는 또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 이면에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은 이 날 하루만 관심을 갖지만 우리는 12월 1일만 사는게 아니니까요. 12월 1일을 1년 365일 매일매일로 살고 있으니까요.

홍보물에도 나와 있듯이 포니는 관객들을 궁금해 했습니다. ‘나는 여기에 온 당신들이 더 궁금하다’, ‘소중한 토요일에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포니의 다음과 같은 말로 관객과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굉장히 낮은 곳에, 소외된 사람들인데 여러분들은 예수도 아니면서 어떻게 이 낮은 곳으로 오려고 했나요”

질문 하나하나에 웃음포인트를 다 담으면서 던진 포니의 물음에 관객들은 대답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얘기가 오고 갔지만, 쌀롱에 와주신 관객분들의 마음을 위 사진으로 한 번에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옹하는 사진입니다. 자신을 비성소수자-비감염인이라고 소개한 한 분은 자신의 에이즈혐오를 깨뜨리기 위해서 왔다고 하며 포니에게 포옹을 요청했습니다. 포니는 흔쾌히 포옹에 화답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1,2,3을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자 순간이었습니다. 포옹을 요청한 분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미셸푸코, 키스해링, 프레디머큐리 등 참 많은,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HIV감염인으로 살다가 에이즈로 죽었습니다. 세상은 이 사실을 가리려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고, 제 안의 거부감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에 와서, 포니님과 포옹을 한 후 내적으로 성장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키씽에이즈쌀롱 시즌3는 성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소대관에 흔쾌히 협력해주신 Bar VIVA의 사장님과 쌀롱이 진행될 수 있도록 후원해주신 분들, 패널로 나서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커뮤니티알은 HIV감염인 및 에이즈환자의 목소리가 세상에 전달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여러가지 방향으로 고민하고 모색하여 실천하겠습니다. 내년에 키씽에이즈쌀롱 시즌4가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분들과 우리의 다양한 인권을 힘차게 말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