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R림: 니가 뭔데 날 거부해?

상훈_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운영지기

얼마 전 청소년·청년을 대상으로 HIV/AIDS예방 및 인권교육을 진행했다.
HIV/AIDS와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 혐오의 논리와 그에 대한 반박, HIV감염인과 함께하는 대화시간을 갖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평가서가 나왔고 부정적인 내용 중에 조금은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다.
“감염인의 힘든 상황을 알리는 것이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과 “감염인들이 밖으로 나옴으로써 공포를 높여 이후의 감염인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이 의견들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고 나를 매우 힘들게 했다.
그 교육의 대상이 청소년·청년 성소수자였던 터라 이러한 의견들이 ‘성소수자’의 의견이라고 생각되어 더욱 더 나를 힘들게 했다.

개인적으로는, 성소수자들이 성소수자로서 세상을 향해 그 존재를 스스로 알리며 부당함과 차별에 분노해온 ‘존재의 정치’가 HIV/AIDS 감염인 당사자에게도 필요한 활동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HIV/AIDS문제는 덮는다고 없어지거나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직시해야 하는 현존의 문제이고, 근본적으로 HIV/AIDS문제는 감염인 당사자의 목소리 없이 해결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HIV에 감염된 누군가는 계속 혐오표현에 상처를 받고 올바른 의료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며 직업적 차별을 받고 사회적으로 고립될까 두려워한다.

감염인이 사회적으로 드러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덮으려고 하는 “니들끼리 조용히 동성애하면서 살아라.”라고 말하는 혐오조장세력과 무엇이 다른지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 차이점을 도무지 모르겠다.

물론 대부분의 HIV/AIDS당사자는 자신의 감염사실을 숨기고 지낸다.
감염사실을 굳이 드러내지 않더라도 보편적인 생활들은 문제없이 사는 것이 가능하니까.
그런 생활 중에 누군가가 “나 감염인이오!” 하고 나와서는 “감염인으로서 사는 이 세상은 이런 문제와 저런 문제가 있으니 우리 한번 바꿔봅시다!” 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거부감이 들거나 알지 못하는 것을 접하게 되었을 때의 두려움이 몰려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HIV감염인이 직면한 차별과 혐오라는 사회적 문제들은 숨긴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
숨어있는 지뢰처럼 터지고 있고, 또 앞으로도 터질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성소수자들과 HIV/AIDS당사자들은 비슷한 지점이 많다.
HIV감염인 중 적지 않은 수가 남성동성애자라는 교집합부터 성소수자보다 훨씬 적지만 HIV/AIDS당사자들은 사회적인 소수로서 사회적인 차별과 혐오가 심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HIV/AIDS당사자와 성소수자, 두 집단은 분명 해결해야할 지점과 문제들이 비슷하지만 남성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부에서 조차 HIV/AIDS혐오는 뿌리깊게 박혀있다.
다양성을 주장하며 부당함에 불행을 느끼는 집단이 다양한 질병 중에 전염력도 낮고 전파 경로도 확실하며 감염되더라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HIV에 대한 혐오를 멈추지 않는, 그 모순적인 모습이 안타깝다.

혐오조장세력들은 동성애와 HIV/AIDS를 동시에 엮어 혐오에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일부 성소수자들은 혐오조장세력의 HIV/AIDS를 이용한 혐오선동에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이성애자도 HIV/AIDS에 걸릴 수 있다며 HIV/AIDS 감염된 수많은 남성 동성애자들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리고 일부 페미니스트 들은 HIV감염인구 중에 남성비율이 높다며 HIV/AIDS감염인들을 ‘성매매충’으로 매도한다.
언론은 HIV/AIDS의 혐오를 이용한 헤드라인을 내며 각종 괴담과 미디어 역시 HIV/AIDS는 늘 혐오로 이용한다.
혐오조장세력의 무조건적인 HIV/AIDS에 대한 혐오는 잠재적 HIV/AIDS당사자의 HIV확진검사에 대한 장벽을 높이게 된다.
또한 양성판정을 받은 감염인의 스스로 삶을 비관하게 만들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저해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HIV감염인 전부가 남성동성애자는 아니지만,
많은 HIV/AIDS 당사자들이 MSM임을 감안하여 성소수자 그룹 내에서도 HIV/AIDS 당사자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HIV감염인과 동성애자의 혐오를 분리하기위한 HIV감염인이 성매매충이라는 프레임 역시 혐오×혐오임을 인지하여야한다.
HIV/AIDS에 대한 인식이 나쁘니 동성애자 그룹과 분리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HIV/AIDS에 대한 인식이 왜 나쁘고 혐오가 왜 잘못된 것인지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인역시 HIV혐오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좀 더 깊게 생각해보고 언론의 윤리가 무엇인지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