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R림: 저스티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소리_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운영지기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올해 5월21일에 열렸던 저스티나 파티에서 모인 기금의 일부를 故저스틴님의 유지에 따라 커뮤니티 알이 받을 수 있었다.
나아가 기금을 사용하고 끝내는 것보다 우리의 활동을 돌아보며 왜 그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었는지에 대해 남겨보자는 생각으로 부족하지만 몇 글자 적어보려고 한다.

퀴어문화축제에서 우리는

처음 기금을 받았을 때 우리는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저스티나 기금을 보여주기 식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우리가 지금 가장 해야 하는 것, 그리고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던 도중 처음으로 떠오른 것은 2017퀴어문화축제였다. 어느 때 보다도 절실히 세상에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려는 지금,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그러한 장소가 필요했고 그것이 2017퀴어문화축제였다.
 
‘어떻게 우리의 상황을 알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나누던 중 운영지기 한 명이 연애 중에 실제로 들었던 ‘형은 좋은데 병은 무서워’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진행했던 교육에서 우스개 소리로 나왔던 ‘니가 뭔데 날 거부해?’라는 말을 이번 부스의 슬로건으로 정하고 관련된 물품을 만들자는 의견으로 좁혀졌다.

돈 받을 것 같죠? 무료배포입니다.

실제로 HIV감염인들의 연애 중 적지 않은 분이 ‘형은 좋은데 병은 무서워’와 같은 말을 듣거나 그러한 말을 들을 것 같아서 연애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감염인의 질병에 대한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내재된 질병에 대한 공포가 만연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사라지지 않는 의료차별과 진료거부의 문제를 ‘니가 뭔데 날 거부해?’라는 슬로건으로 풀어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일러스트와 정보가 적힌 엽서의 형태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예쁘지만 많은 분이 의미를 모르는 레드리본

또한, PLWHA의 인권을 상징하는 레드리본을 퀴어문화축제에 맞춰 무지개 색을 넣어 만든 금속뱃지 또한, 당일 부스에서 일정금액의 후원금을 통해 배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드리본에 대해 모르는 분이 많아 설명하는 시간이 더 길어 당황 했던 기억이 난다.
(시끄러운 축제현장 속에서 레드리본 의미 설명하느라 고생한 운영지기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 밖에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팀에서 제작한 가이드북과 레드리본 타투스티커 등 HIV/AIDS관련 물품을 통해 HIV/AIDS에 대해 세상에 많이 알릴 수 있었다.

매 해마다 진행되는 인권캠프의 주 목적은 인권감수성 향상 및 커뮤니티 역량강화이다.

퀴어문화축제가 끝나고 우리는 바로 커뮤니티 알 내부를 위해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인권캠프기획에 들어갔다.
매년 하는 인권캠프 사업이지만 그 해의 이슈에 맞춰서 진행하는 강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문제였고 그동안 꾸준한 이슈는 있었으나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HIV/AIDS 등록에 대해 강의를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현재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며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타리님을 모셔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017퀴어문화축제 슬로건 중 하나였던 ‘니가 뭔데 날 거부해?’라는 주제로 자신이 거부당한 사례를 공유하고 서로 공감하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커뮤니티 회원들이 직접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자신이 거부당하는 상황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자 했다.(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도중에 공감이 가는 상황에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일까? 글을 적은 나는 당시에 울었다.)
 
위 프로그램을 토대로 진행한 결과 작년대비 참여인원은 적었으나 회원들의 만족도는 높고 즐거운 인권캠프가 될 수 있었다.

그녀들은 왜 사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나?

인권캠프가 끝나고 추석 시즌이 지나자 잠잠했던 HIV/AIDS 이슈가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산부인과를 찾은 한 HIV감염인 여성을 언론에서는 확증도 없이 성매매여성으로 둔갑시켰고, 용인과 부산에서는 성매매를 했다는 HIV감염인 여성에 대한 공격적인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사 속에는 여성감염인이 어떤 경로로 성매매를 하게 되었는지 그 여성이 얼마나 취약한 상황이었는지 말하기보다는 여성은 금욕순결을 해야 하는 대상으로 다뤄질 뿐더러 앞뒤 안 가리고 더러운 존재, 사라져야 할 사회의 악, 격리되어야 하는 존재로 다뤄질 뿐이었다.
이러한 여성 HIV감염인의 부정적인 인식 속에서 청소년과 여성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슈를 다뤄보자는 취지 하에 퀴어문화축제에 함께했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HIV/AIDS인권팀과 함께 국내에선 거의 최초로 여성감염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그녀들의 이야기 – 여성감염인을 만나다‘를 공동으로 기획하게 되었다.
 
여성 HIV감염인이 어째서 사회와 격리 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나아가 사회와 격리된 그녀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그 가운데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여성 HIV감염인 당사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 또한 있었다.

커뮤니티‘알’ 회원 – 쏭이 발제문 전문 읽으러 가기

알 멤버 쏭이와의 속풀이

이 글은 12월 1일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이하여 11월 30일에 진행하는 <그녀들의 이야기 – 여성이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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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이 마무리 되어서도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무엇이 있으며 어떠한 연대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좋은 토론회였다.

2017년을 마무리하며…

<그녀들의 이야기 – 여성감염인을 만나다.>를 끝내자 바로 찾아온 것은 연이은 여러 단체의 송년회였다.
알 또한 매년 진행하는 송년회였지만 ‘올해에는 특별하게 진행해볼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알찬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들을 만나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올해 알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이 어떤 연유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알을 운영해가면서 어려운 점과 좋았던 일을 회원 여러분에게 공유하고 회원들의 생각을 듣고 질문을 답변하는 서로간의 소통의 장을 만들고자 회원분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올해도 감사했어요!

지기들이 준비한 회원들에게 대한 감사카드와 선물을 나누고 
회원들이 맛있는 음식과 함께 올해를 돌아보며 운영지기들과 회원들이 서로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리가 준비한 5시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물론 그날 프로그램 이후에도 계속 술자리가 이어졌지만ㅎ)
오랜만에 본 회원들도 있었고 처음오신 회원분도 계셨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회원분들에겐 알이 필요하고 우리 또한 회원분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저스티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7년은 마무리가 되었고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커뮤니티 알이 그리고자 하는 전체적인 그림은 아직 밑바탕을 그리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앞으로 회원과의 소통, 세상과의 소통을 조금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방법 중 하나가 지금 이글이 올라간 R림이 될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커뮤니티 알이 활동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저스티나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