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R림: 핀란드에서 온 에이즈낙인 연구자, 시니의 이야기

프로젝트 R림: 핀란드에서 온 에이즈낙인 연구자, 시니의 이야기

“얼마나 평범하게 살고 있는지 알리고 싶어요.”

주인공: 시니

글 작성 및 편집: 소주

HIV/AIDS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HIV/AIDS감염인의 존재와 그 인권을, 그리고 삶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낙인에 맞서며 에이즈혐오를 격파하는 프로젝트. 세상은 그냥, 쉽게, 하루아침 사이에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뀔 것입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지요. HIV감염인과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에이즈낙인 없는 사회로 세상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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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출신인 시니는 영국 셰필드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사회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국의 HIV낙인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자이다. 그런데 시니는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알을 비롯 한국의 에이즈인권을 지원하고 후원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고 협력하는 활동까지 하고 있다. 언어번역부터 후원행사 기획까지, 시니의 활동영역은 아주 넓다. 커뮤니티알에 엄청 큰 힘을 보태는, 보통의 연구자들과 조금은 다른, 시니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

“평범하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잖아요. 그런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요.”

시니는 개인적으로 영국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한국 친구와의 경험으로 HIV/AIDS 낙인, 특히 한국의 HIV/AIDS 낙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영국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한국 친구와 에이즈혐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한번은 지난 한국의 대선 시기에 유력 후보였던 홍준표의 발언에 대해 얘기를 나눴어요. 정말 두려울 정도로 소름끼치고 싫었어요. 아주 슬펐고 화가 많이 났었어요.” 그렇다. 홍준표는 대선시기에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들기도 했고 성소수자-에이즈혐오 발언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 시기에 참 많이 힘든 사람이 많았었던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시니가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런데 한국의 에이즈낙인에 대한 자료가 정말 찾기 힘들더라고요. 이렇게나 에이즈에 대한 낙인이 심각한데…. 심지어 한국어로 검색을 해봐도 의학적 자료나 통계자료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그때부터 생각했어요. 이게 내가 원하는 연구이자 활동이라고.” 나는 연구에 대해 소개를 부탁했다. “제가 하는 연구는 HIV감염인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연구에요. 물론 실제로 힘든 상황도 많고 고통스러운 현실인 것은 잘 알지만, 그런 부정적인 모습만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키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언론은 물론 연구자료들까지 얼마나 힘든지 부정적인 모습만 부각하기 바쁜 것 같아요.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얼마나 평범하게,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자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정말 평범하게 잘 살기도 하잖아요? 친구도 사귀고 클럽도 가고 게임도 하고 일도 하고… 그렇게, 정말 평범하게 잘 살잖아요. 사람들이 에이즈를 생각했을 때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올리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고 싶어요.” 나는 동의했다. 시니의 말처럼 HIV감염인이 365일, 매일 24시간을 고통스럽게 사는 것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HIV/AIDS, 에이즈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올리고는 욕하거나, 동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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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은 고통스러운 억압을 똑같이 행할 수는 없잖아요. 절대.”

나는 성소수자 이슈와 에이즈 이슈의 연결지점과 연대에 대해 질문했다. “저는 명확하게 HIV/AIDS이슈는 성소수자 이슈라고 생각해요.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단일한 정체성만 가지고 인권을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감동받으며 가만히 더 들었다. “커뮤니티, 즉 공동체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보다 힘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힘이 없는 사람의 고통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해요. 우리의 인권은 모두 연결되어 있잖아요. 우리는 서로의 존재, 삶으로부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요. 그리고 우리가 겪은 고통스러운 억압들을 똑같이 우리가 타인에게 행할 수는 없잖아요,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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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과학의 영역은 반드시 도구가 되어야해요.”

“제가 연구를 하고 있지만 연구 자체가 1순위의 목적이 아니에요. 더 가치있는 것은 알과 협력하는 것과 같은 활동들이라고 생각해요.” 시니는 커뮤니티알의 활동을 다방면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언어번역부터 후원까지, 시니가 협력하는 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많은 연구자들과 달리 활동까지 하는 그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지 물어봤다. “저의 믿음에서 오는 것 같아요. 사회과학이 그냥 과학으로만, 이론으로만 머물러 있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아요. 과학은 반드시 도구가 되어야해요. 발전된 과학이 그저 경이롭게 바라봐야 되는 영역이라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과학의 발전, 이론의 발전이 어떻게 사람의 삶을 바꿀 것인가에요. 그게 제 열정의 동기인 것 같아요.”

※시니의 연구활동에 관심이 있는 분은 자유롭게 연락이 가능합니다.

시니의 이메일주소: spokuusisto1@sheffield.ac.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