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R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평범하게 지내는 준우의 이야기

프로젝트 R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평범하게 지내는 준우의 이야기

“하고 싶은 거 하자”

주인공: 준우

글 작성: 포니

편집: 소주

R림?

HIV/AIDS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HIV/AIDS감염인의 존재와 그 인권을, 그리고 삶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낙인에 맞서며 에이즈혐오를 격파하는 프로젝트. 세상은 그냥, 쉽게, 하루아침 사이에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뀔 것입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지요. HIV감염인과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에이즈낙인 없는 사회로 세상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릴 것입니다.

준우씨는 평생 그것을 자신만 알고 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부산에서 나고 자란 준우씨는 평범한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이었습니다. 준우씨는 스스로도 자신을 평범한 남성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 할 때에는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과 여행을 좋아한다고 그렇게 소개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 준우씨가 종종 자신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요, 바로 같은 남성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느낄 때 였습니다. 준우씨는 평생 그것을 자신만 알고 있기로 마음먹고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준우씨는 가끔씩 몰래 남성들과의 만남을 가지곤 했는데, 여전히 자신은 헤테로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일상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적인 표현을 서슴지않고 말하기도 했죠.

다른 평범한 남성들처럼 준우씨도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또 평범한 남성들이 그러하듯, 준우씨도 군대에서 제대 후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곤 했는데, 여러가지 미래 중 준우씨의 눈에 가장 또렷하고 선명하게 그려지는 모습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부사관이었습니다. 그림속의 부사관은 준우씨에게 제복을 차려입은 멋진 모습과 자신이 바라던 생활의 안정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또…. 어떤 남성들로부터의 뜨거운 관심 또한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준우씨는 꿈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부대안의 사람들도 그런 준우씨를 열심히 응원해 주었구요. 결국 준우씨는 시험에도 합격하고, 면접을 거쳐 신체검사만 하면 되는 단계까지 파죽지세였습니다. 준우씨가 진심으로 바라고, 노력했기에 얻은 결과였습니다. 꿈과 행복에 부푼 마음은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그런 말을 듣기 전 까지 말입니다.

준우씨는 그 말을 듣자, 가슴이 찔리는 듯 아팠습니다.

준우씨는 휴가때 뭔가 잘못이 있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군의관은 침착하게 준우씨에게 말해주었어요. 에이즈와 HIV는 어떤것인지, 또 둘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또 치료하는 방법과 치료를 위해 어떤 병원에 가야하는지 말해주고, 서두를 필요는 없으며 천천히 알아 보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자살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때면 정신과를 찾아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또 군의관은 준우씨에게 기회가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부모님께 직접 알릴 기회, 그것은 준우씨에게 달려있고, 우리는 알리지 않을것이라 했습니다. 준우씨는 그말을 듣고는 마음이 퍽 좋았습니다. 나에게 기회가 있다니…. 기회가 있다니…. 안심하던 찰나, 다시 군의관은 침착하게 준우씨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전역 하셔야합니다.”

준우씨는 말을 듣자, 가슴이 찔리는 아팠습니다. HIV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두 달 간 전역을 기다리며, 준우씨는 군병원 1인실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준우씨는 겉보기엔 너무 건강한 사람이었고, 왜 1인실을 쓰냐는 동기의 순진한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병실은 마치 유리로 만든 듯 했고, 준우씨는 모두가 자신을 쳐다 보고있는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부모님을 만난 준우씨는 자신의 기회를 솔직하게 쓰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은 얼굴에 드러난 표정과는 다르게, 준우씨에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간 후, 군의관이 준우씨에게 와 물었습니다. 기회를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서. 준우씨는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이에 군의관도 말해주었습니다. 자신이 부모님께 잘 말해드렸다고…. 잘못된 정보를 보시느니 의사인 내말을 믿으라 말했다고….

준우씨는 결국 찾아내었습니다.

전역 후, 준우씨는 군인이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HIV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에 내뱉어진 수많은 말들은 준우씨를 저주했고 역겨워했습니다. 군의관 말대로, 정신과를 가야하나? 생각 했던 준우씨는 결국 찾아내었습니다. 친구사이(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성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키씽에이즈쌀롱에 대해서요. 그러나 그들은 준우씨에게서 너무나 멀었습니다. 준우씨는 부산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그런 준우씨에게 서울은 유럽에 있는 도시와도 같았습니다. 굳이 내가 거기까지 가야하나? 생각하던 준우씨는 결국 또 찾아내었습니다.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을요.

모임에서, 준우씨는 자신과 닮아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자신의 모습에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모임에서 전해지는 수많은 말들은 준우씨를 지지했고 연대감을 주었습니다. 내가 정말 예전엔 헤테로가 맞았나? 생각 했던 준우씨는 어느새 되어있었습니다.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의 대표가요. 그러자 준우씨의 눈에 가장 또렷하고 선명하게 그려지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바로 HIV였습니다.

준우씨도 처음에는 감염 사실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부산에서 감염인의 의제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의제가 부산에서 어느정도 자리잡고 나서야 준우씨는 본인이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부산에서의 감염인 의제는 더욱 활발히 이야기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처음 거론된 U=U, 프렙에 관한 이야기까지 부산으로 가져왔죠.

나도 나오는것이 두려웠다.

대표에서 물러나, 다른 모습을 위해 서울로 온 준우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던 시기에, 나는 이것이 나 혼자 겪는 문제인가 생각했다. 감염인이 가진 감정들. 아픔이라고 하면 이상한데 (어쨌거나 나는 아팠다) 이것들을 좀 풀어나가고 싶었다. 덜어내고도 싶었다. 내가 왜 아플까? 혐오와 차별이 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이건 나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었다. 성소수자를 비롯, 차별받는 이들 모두가 같이 겪고있는 문제였다.

이것은 혼자 생각하고 혼자 아파 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 나도 나오는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이 힘이 많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시작해 부산에서 운동을 하며 다른 활동가, 단체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활동을 하다보니 점차 나아지더라. 또 서로 만나고 배우면서 단체 내부에서의 감염인에 대한 혐와와 차별, 몰랐으니까 가질 있는 혐오와 차별, 이런것도 개선되는게 보이더라.”

“감염 함께 일했던 형에게 감염 사실을 밝혔다. 달라지는건 없더라, 손절 당한 것도 없다. 나는 그게 이상했다. 생각했던 악몽은 다행히도 나의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더라. 주변에서 듣고 접한 혐오와는 너무 다른 현실이 이상했다. 연애를 못하는 것도 아니더라. 진짜 좋은 사람들은 내가 맘에 들면 크게 연연하지 않더라. 오히려 내가 제대로 정보를 알려줄 있어 좋다.”

“서울엔 아는 친구들이 많이 없다. 즉흥적인 성격이라 그때그때 친구를 불러내는데 부를 친구가 없다.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는걸 다시 깨닫는다. 부산이랑은 다른 느낌이다. 근데 부산도 서울만큼이나 도시다. 그런데도 감염인이나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열악하다면 다른 지방은 너무나 암담하지 않은가? 나는 나보다 다른 지방에 사는 감염인이나 차별받는 소수자는 어떨지 고민이다. 나는 커뮤니티가 중요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에라 모르겠다.

“계획은 없다. 지금이 좋다. 인권 활동도 접어두고 먹고살기 위해 서울로 왔다. 부산의 단체는 나 없이도 잘 운영되고있다. 예전엔 약먹는 일조차 부담스럽고 버거웠고, ‘일하며 치료를 받아 낼 수 있을까?’, ‘병원은 언제가지?’, ‘안정적인 회사에서 일하는게 낫지않은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나니 ‘에라 모르겠다’ 하게 되었다.”

“하고 싶은거 하자. 약도 병원도 별거 아니었다. HIV/AIDS로 걱정하며 보내는 시간이 더 무섭다.

지금 준우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평범하게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