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우리는 살아간다. 우리, 살아가자

[성명] 우리는 살아간다. 우리, 살아가자 –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 HIV/AIDS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이하여

HIV/AIDS감염인 인권의 날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는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AIDS가 발견 된지 약 40년, 한국에서는 35년이 지났다. 그동안 의‧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HIV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비감염인과 다름없이 살아갈 수 있다. 또한 꾸준히 치료제를 복용하면 6개월 이내에 바이러스가 미검출 상태에 이르러 타인에게 HIV를 전파할 확률도 0%다. 그러나 이 사회는 여전이 HIV/AIDS에 대한 근거없는 두려움과 공포로, 혐오와 낙인, 차별과 편견이 난무한다.

그 혐오와 낙인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한 학교에서는 HIV감염인과 함께 기숙사를 이용할 수 없다며 소동이 일었고, 어느 프로축구단은 선수가 HIV감염인이라는 사실만으로 하루 만에 계약해지, 즉 해고하기도 했다. 수많은 언론들은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공포조장의 언어를 여과없이 내보내었고, 에이즈혐오에 앞장서는 정치인들의 안하무인은 이제 더 이상 언급하기도 지겨울 정도로 격이 떨어진다. 이에 더해, 우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19조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으로 인한 범죄화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우리들 HIV감염인과 이 사회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 함께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 ‘내 주변에 없었으면 좋겠다’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죽음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 안타까운 죽음들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의 에이즈혐오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 HIV/AIDS감염인 인권의 날인 오늘을 맞이하여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살아간다.

우리는 존재한다.

우리는 긍정한다.

1년 365일 매일 매일이 12월 1일인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낸다는 것이, 너무나도 치열하고 투쟁적이기에, 오늘은 우리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 살아가자

우리, 존재하자

우리, 긍정하자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살아가자고, 존재하자고, 긍정하자고 함께 말하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2019. 12. 01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