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It’s great being me 내가 나라서 좋아 7월 후기

[후기] It’s great being me 내가 나라서 좋아 7월 후기

작성: 태현

처음 알을 알게 된 건 예전에 애인과 퀴퍼*에서 알의 부스를 방문했을 때였다. 그때 받은 엽서에는 ‘형은 좋은데 바이러스는 무서워’라는 내용의 글과 일러스트가 있었다. 당시엔 그 메세지를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알의 존재를 알게 된 계기였다. 그 이후 나중에 만난 애인은 PL*이었고 나는 비PL*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 사람을 열정적으로 사랑했기에 관련 정보를 얻으며 그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했었다. U=U* 캠페인도 이때 알의 포스팅을 보고 알게 되었다.

*퀴퍼: 퀴어문화축제

*PL: People Living with HIV/AIDS, HIV감염인

*비PL: 非PL, 비감염인
*U=U: Undetactable = Untransmittable, 미검출=감염불가

감염 사실을 알았을 때 사실 난 너무 외로웠다. 평생 숨겨야 할, 불편한 나를 껴안게 된 것과, 이 사회 속에서 나와 같은 사람보다 나를 혐오할 사람을 찾는 게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닥치는 대로 커뮤니티를 찾았다. 오픈톡, 밴드, 카페, 그러다 알까지 떠올렸다. 아직 기억난다. 감염 초기라 재검을 반복하던 중, 가입 요건인 먹고 있는 약 등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해 가입을 못 했던 시기였다.

그러고 나서는 알에 가입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었다. 다른 곳에서 알게 된 PL들과 공감, 힙밍아웃*을 받아준 일친, 이친들의 진심어린 위로, 스스로 고민 등을 하며 자아 연민의 시기에서 벗어난 이후 였다. 더 이상 외롭지 않을 때 쯤 알의 사람들을 만났다. 사실 PL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고 오프라인에 나오기 쉽지 않았다.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에 대한 두려움, 혹은 PL이라는 나를 제대로 마주한다는 데에서 올 자괴감 등으로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지라 나오게 되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물론 여기엔 왕복 차비 지원도 지방에서 올라가는데 큰 기여를 했다.

*힙밍아웃: HIVmingout, HIV감염사실을 커밍아웃하는 것

알의 이번 프로그램은 세 세션으로 진행되었다. 세션 이전에 나를 소개하며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얘기하는 코너가 있었다. 각자의 소개를 듣자니 다양한 사람들이 HIV라는 교집합으로 앉아있음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세션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어쩌면 감염 이후로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없는 포기 상태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항상 성공에 대한 열망이 동기부여였고 다음 단계로 전진하는 데의 원동력이었다. 감염 이후 내가 쌓아온 한 단계 한 단계의 목표가 공든 탑 무너지듯 쓰러진 것이 절망적이었다. 그래서 ‘너도 성공할 수 있어’라는 말이 듣고 싶다고 했다. 듣고 싶은 말을 얘기하면 다른 회원들이 그 말을 해주었다. 듣고 나니 이유는 없지만 홀가분했다. 어쩌면 내 절망도 극복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첫 번째 세션은 본인이 PL이라서 망설였던 순간을 나누었다. 나는 가족과 관련된 얘기를 했고 모두 진심 어린 위로와 조언을 해 주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난 이미 자기연민의 시기를 지났고 위로를 원해 찾아온 건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상황인 비슷한 사람들의 위로는 힘을 주고 유대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모두 고민을 나누고 힘을 받으며 be Positive 해지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세션은 본인이 생각하는 나쁜 점을 얘기하고, 이를 객관적 3자의 입장에서 반박하는 시간이었다. 설명을 듣고 잘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회원님들도 많았다. 하지만 의도를 알고 나니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한 시간인지 느껴졌다. 나는 나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숨기는 것을 얘기했지만 소주님과 포니님이 내가 나에게 한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반박을 해주셨다. 눈물 날 뻔했다.

마지막 세션은 회원들 간 룰을 우리끼리 얘기하고 정해보자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고, 회원들 간 친해져 덜 진지한 무드 속에 진행되었다. 그 결과 아직 논의가 필요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이때도 알지기들은 분위기도 편하게 해 주고, 참여를 독려하며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에 맞게 대응 해주는 모습을 보고 정말 준비도 열심히 하고, 사명감이 있는 멋진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고민을 하고 나온 자리지만 부담이 될 사건은 없었다. 물론 알던 형을 만나긴 했지만 전혀 당혹스럽진 않았다. 오히려 알지기들의 당당하면서도 든든한 모습에 편안해졌다. 물론 우리의 모임으로 당장 현실이 바뀌거나 해결되진 않지만, 연대하고 교류하며 부당함에 맞서 싸워줄 동지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 자신을 훨씬 긍정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런 자리를 준비하고 지원해준 여러 조직과 단체, 알지기와 알파카*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알파카: 커뮤니티알의 정기후원인을 가리키는 말


커뮤니티알 자존감 증진 프로젝트 – It’s great being me 내가 나라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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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forms.gle/TvSsp6pu8nayEuiF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