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형벌은 감염병을 예방할 수 없다

[지금, 여기] 형벌은 감염병을 예방할 수 없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처벌보다는 각자의 실천과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집단 감염이 발생한 특정 집단, 직업, 지역 등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방역에 해가 된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감염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낙인찍고 차별과 배제를 할수록 공중보건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과학적 사실을 각자의 체험을 통해 학습한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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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아직까지 형법을 이용해 바이러스 전파를 막으려는, 무의미하고 오히려 해로운 시도들을 보고 있다. 앞서 말한 전파매개행위 금지 조항이다. 이 조항은 감염인이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전파매개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여기서 체액이 무엇인지, 전파매개행위는 어떤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1988년 AIDS에 대한 무지와 공포가 만연할 때 충분한 검토 없이 제정된 이 조항은 이후 30여년 동안 HIV 감염인에게 낙인을 찍고 오히려 HIV/AIDS의 전파 방지와 예방을 가로막아 왔다.

https://v.daum.net/v/20221024030504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