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우리의 죽음이 정당화되지 않도록(11/20 TDoR트랜스젠더추모의날)

오늘(11/20) TDOR 트랜스젠더추모의날을 맞아 진행된 집회에서 소리 활동가가 나눈 발언내용을 공유하며 마음을 모읍니다.


우리의 죽음이 정당화되지 않도록

소리(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안녕하세요. 전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 한국청소년 ·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리입니다.

사실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HIV감염인으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과 트랜스젠더 여러분들이 가지는 고민들의 교집합은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그중 일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만약 누군가 군입대 전 HIV감염된 사실을 알게 되었거나 일부의 트랜스젠더는 군면제를 받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HIV감염사실을 드러내야 하거나 트랜지션의 과정을 알려야 합니다. 상황과 목적의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군면제를 받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차별을 경험한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다름을 국가에 인정 받아야한다는 건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우리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군면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회 속에서 삶을 영위하려면 필수적으로 일을 해야합니다. 그러나 이력서 한 켠에 있는 군대를 갔다 왔냐는 질문에 또 한번 움츠려 들고 맙니다. 군면제에 체크를 하고 이력서를 제출했다고 해도 그 다음은 면접에서 군대를 왜 안 갔다 왔냐는 질문과 마주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HIV감염인과 트랜스젠더가 본인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하나의 장벽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이야기는 HIV감염인과 트랜스젠더가 경험하는 수많은 차별 중 하나입니다. 그 밖에 아웃팅을 빌미로 협박을 받거나, 사람들의 조롱과 차별이 섞인 시선 또한 계속해서 마주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회라는 테두리에서 물리적, 정신적으로 고통받습니다. 한국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사회적 욕구조사에서도 트랜스젠더 그룹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냐는 응답에 48.2%가 그렇다 응답했습니다. 또한 2018년 20 ·30대 HIV감염인의 인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22.6%가 1년 내 자살을 계획해봤다 답했습니다. 이는 그 외 집단과 비교했을 때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단순히 자살률이 높다는 이야기로 끝낼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자살이 아닌 사회적인 타살로 생각해야할 문제입니다. 사회가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 배제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제도적 마련이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사회가 변하려면 최소한의 제도를 통해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 주어야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회의 차별 속에서 아스라히 사라지는 우리의 동료들을 계속 마주할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우리의 동료, 친구가 옆에 있습니다. 차별을 감내하지 마세요. 우리의 죽음이 정당화 되지않도록 함께 저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