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성소수자/HIV감염인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길리어드 규탄 기자회견

의약품접근권을 침해하면서 친퀴어적 마케팅으로 핑크워싱을 시도하는 초국적 제약회사 길리어드 규탄 기자회견에서 소리 활동가가 한 발언을 공유합니다.


우리는 초국적제약회사가 의약품이 필요한 환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과거 2004년 푸제온 투쟁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2004년 11월 보건복지부는 HIV치료제인 로슈사의 푸제온에 대해 약값을 연간 1,800만원으로 정하고 보험적용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로슈는 연간 3,200만원을 요구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로슈는 보건복지부가 책정한 약값이 싸다며 공급을 거부했습니다. 이를 알게된 HIV 감염인들과 HIV/AIDS 인권활동가들은 푸제온 약값인하와 공급을 요구하며 싸웠으나 이에 대해 로슈는 “의약품 공급에 관한 문제는 해당 국가 국민이 해당 의약품을 구매할 능력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즉 로슈는 ‘구매력이 없는 환자는 푸제온을 이용할 자격이 없다’며 공급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금의 초국적제약회사는 그때와 다른 점이 무엇이 있습니까. 달라진 점은 있습니까?

우선 C형 간염 치료제인 소발디로 예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소발디는 길리어드의 대표적인 의약품 중 하나입니다. 현재 소발디는 3달 치 약값이 약 9만 달러, 한화로 1억 원에 이릅니다. 길리어드는 소발디 개발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며 지금의 약값이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소발디를 개발한 곳은 과학자들이 설립한 파마셋이라는 기업이고 길리어드는 이를 매우 높은 비용으로 인수합병한 것 뿐입니다. 연구개발을 한 파마셋에서 소발디를 판매했다면 예상 판매가격은 3만 6천달러로, 여전히 고가이긴하나 길리어드에서 매긴 가격의 40%에 불과합니다.(Roy & King, 2016).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초국적제약회사는 의약품의 연구개발을 직접하지 않습니다. 파마셋과 같이 연구개발이 성공한 극소수의 케이스에 대해서만 인수합병을 진행할 뿐입니다. 실패한 나머지의 99%의 사례들에 대한 비용을 길리어드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직접 연구개발을 진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이 정당한 가격이라고 주장하는 ‘연구개발비용’은 거짓말로 이루어져있는 것입니다.

인수합병에는 실제 얻는 가치보다 많은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는 영업권이라는 형태로 둔갑하여 기업의 손실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영업권이라는 자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초국적 제약기업은 적극적인 로비와 영업 활동을 통해 신약 가격을 한계까지 끌어올립니다.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Statista)에 의하면, 제약회사는 2019년에 미국에서만 약 3억 달러를 로비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여러 산업 중 가장 많은 돈을 썼으며, 2위인 전자산업의 두 배에 해당하는 액수입니다. 또한 한 연구에 의하면, 제약회사는 2013년에만 미국 워싱턴 DC의 의사 중 약 40%에게 4백만 달러에 해당하는 선물을 주었다고 합니다(Wood et al., 2017). 결국 인수합병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과 로비 및 영업비용을 포함하여 한계까지 끌어올린 의약품의 높은 가격은 최종적으로 사회보장제도와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하는 셈입니다.

초국적제약회사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2020년 길리어드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중이던 렘데시비르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했습니다. 렘데시비르의 주요 기제 성분은 원래 에볼라 치료제로 연구개발 중이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공공연구기관에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자 FDA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한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7년의 독점판매권이 보장됩니다. 또한 마케팅 독점권을 최대 10년까지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길리어드는 곧바로 희귀의약품 신청을 진행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수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이를 독점하고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전세계 활동가들이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한다고 비난하자 길리어드는 이를 의식한듯 희귀의약품 신청을 철회했습니다. 그럼에도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를 높은가격으로 책정하고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를 일부 국가에만 우선 공급하는 등 시장을 독점하며 이윤을 챙겼습니다.

앞선 사례들을 살펴보면 과거 2004년 푸제온 투쟁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길리어드는 HIV 예방약인 프렙을 포함하여 코로나19, C형 간염 치료제 등 환자들이 의약품 접근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신들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행동합니다. 의약품 접근이 어려운것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책정을 해주지 않는것이 문제라며 책임을 국가에 돌리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는 희귀난치성질환 및 대유행 감염병에 대한 의약품을 빠르게 공급하고 환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초국적제약회사가 책정한 터무니 없이 높은 약가와 의약품 독점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길리어드를 포함한 초국적제약회사는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이러한 행태를 멈춰야합니다.

마지막으로 길리어드를 대상으로 외치고 싶습니다. 길리어드는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행태를 멈추고 당장 약값을 인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