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후기] 커뮤니티알 2023 인권캠프

지난 주말, 커뮤니티알은 1박 2일로 인권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캠프는 총 13명의 회원이 참가했습니다. 여름이 아닌 가을 무렵에 진행하는 캠프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1박 2일의 시간을 차별없이 안전하게 보내기 위한 우리의 약속을 다음과 같이 공유하며 캠프는 시작되었습니다. 이 약속의 글은 방 문이나 냉장고 문 등 곳곳에 붙여놓았어요.

  1.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다같이 어울리기: 알 모임에 처음 나온 사람이나 서로 잘 모르는 사이라면 어색하고 어울리기 어려울 수 있어요.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서 함께 어울려요.
  2. 나이와 관계없이 서로를 존중하기: 나이와 상관없이 처음 만난 사이라면 높임말을 사용하고 편한 말을 사용하는 것은 서로 동의를 구하기로 해요.
  3. 아웃팅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기: 커뮤니티알 회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함께 있는 경우, 실수로라도 아웃팅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4. 서로에게 비난의 언어를 삼가기: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비하하는 말을 사용하지 말고, 서로가 상처받을 만한 말을 하지 말아요.
  5.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각기 다른 각자의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젠더표현을 존중하고, 장애유무, 학력, 피부색 등으로 차별하는 언행은 하지 말아요.
  6. 안전한 분위기를 위해 노력하기: 원치않는 신체접촉, 성희롱,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지나치지 말고 꼭 문제를 제기해야 해요.
  7. 가사일을 다같이 적극적으로: 설거지, 청소, 음식준비 등 우리가 1박 2일 동안 함께 지내며 해야 하는 일들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루고루 다같이 함께 하도록 해요.

캠프에 여러번 왔던 회원도 있었고, 아주 오랜만에 참가한 회원도 있었습니다. 또, 커뮤니티알 모임에 나오는 것이 처음인 회원도 있었어요.

처음보거나 오랜만에 만나서 어색하기도 했던 분위기는 레크레이션을 통해 어느정도 풀어졌어요.
레크레이션은 팀을 3개로 나누어 팀에 속한 회원들끼리 자신들의 공통점을 찾는 게임을 진행했어요.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영화, 가장 좋아했던 여행지… 이런 것들을 찾으면서 큰소리로 떠들고 웃었습니다. 공통점을 빨리 찾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었는데, 경쟁이 아주 치열해서 대화보다는 속전속결 눈빛으로 공통점을 만들어내는 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운영지기 상훈의 준비와 진행으로 HIV감염인으로서 서로를 지지하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내용을 공유했어요. 핵심적인 내용은, 우리가 공동체로서 서로를 챙기고 서로가 힘들 때 외면하지 말자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끼리 알 수 있는 위험신호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서로의 기댈 곳이 되어주자는 내용이었죠. 스스로를 지키는 에너지가 부족할 때에는 옆을 쳐다보는게 어렵기도 한 것이 사실이지만, 모두가 필요성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캠프에 참여한 회원들의 HIV 확진 시기는 다 달랐는데요, 10년이 넘은 회원도 있었고, 1년밖에 되지 않은 회원도 있었어요. 그래서 공유할 수 있는 생각이 또 각기 달랐죠.
확진된지 2년정도 된 어느 회원은 상훈이 나누는 이야기에 엄지를 척 들어올리며 공감을 해주었고, 8년 정도 된 어느 회원은 처음엔 자신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유쾌하게 잘 살고 있어서 그런 모습으로 초기 감염인 분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나눠주고 싶다고 이야기를 나눠줬어요.

맛있는 저녁은 모두가 합심해서 준비했어요. 한쪽에서는 바베큐를 준비하고, 한쪽에서는 야채를 씻고, 또 한 쪽에서는 담을 그릇과 수저를 설거지하고… 7번 약속처럼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준비했어요. (숯불의 세기가 너무 세서 바베큐는 조금 오래걸렸지만요)

그리고는 신나는 뒤풀이, 파티가 진행되었어요. 보드게임하며 친해지고 노는 회원들도 있었고요, 숙소에 있던 TV와 노트북을 연결해서 없던 노래방을 만들어내고(?) 밤새도록 노래를 부르는 회원들도 있었습니다. 날씨가 선선하고 좋아서 밖에서 담소를 나누는 테이블도 어느 시간대에는 꽉 차 있었습니다.

아침엔 다들 간밤을 격렬하게 보내서, 간단히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어요. 그리고 다같이 분리수거를 하고 정리를 했습니다.

이렇게 올해의 캠프는 1박 2일로 잘 마무리 되었어요. 재작년과 작년에는 2박 3일로 진행했는데, 내년에는 여유가 된다면 또 꼭 2박 3일로 캠프를 다녀오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숨김없이 약을 편하게 복용한 것이 살면서 이번이 처음이라는 회원도 계셨고, 이번 캠프를 통해 커뮤니티알의 의미와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는 회원분들도 계셨는데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서로를 챙겨주며 함께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