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발언, 기자회견문] 인권도 평등도 없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규탄 기자회견

인권도 평등도 없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규탄 기자회견

일시 : 2024. 4. 23.(화) 11:00
장소 :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주관 :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주최 : 제4차 NAP를 규탄하는 인권시민사회단체

진행 : 사회 – 박한희(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발언 :
장서연(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주(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HIV/AIDS인권행동 알)
태희(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몽(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나현필(인권정책대응모임, 국제민주연대)
기자회견문 낭독

지난 2023. 8. 29. 법무부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 이하 ‘NAP’) 공청회를 개최하고, 제4차 NAP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의견을 수렵하여 3. 26. 제4차 NAP 최종안이 발표되었습니다.

지난 8월 법무부가 발표한 초안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없고, HIV 감염인에 대해서도 형식적인 과제만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과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40개 인권단체의 연명을 받아 제4차 NAP에 대한 전면 재논의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후 무지개행동에서는 법무부 인권국장, 과장과 간담회를 하고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공개된 제4차 NAP 최종안에는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과제는 없습니다. 온라인 혐오표현 대응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표현이 있다는 예시만 한 줄 들어있을 뿐입니다.

나아가 초안에 있던 ‘성평등’이라는 문구가 모두 ‘양성평등’으로 수정되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성평등은 성소수자를 포함한다는 억지주장을 하며 혐오선동을 해온 보수개신교 단체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이로 인해 보수개신교 단체들로부터 자신들의 성과라는 모욕적인 평가를 받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미 인권의 가치는 전혀 관심없고 관련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윤석열 정부이지만, 국가의 인권정책 전반에 대한 계획인 NAP조차 이렇게 형식적이며 소수자를 철저히 지우는 것이 매우 분노스럽습니다. 제4차 NAP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곧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무지개행동을 비롯하여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으로 2024. 4. 23.(화) 11:00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발언]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 HIV/AIDS인권행동 알에서 활동하는 소주입니다. HIV/AIDS 인권증진의 의지를 찾아보기 힘든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NAP를 규탄합니다.

제4차 NAP에 HIV/AIDS에 관련한 내용은 의료차별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겨우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정부가 HIV감염인이 겪는 의료차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지는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HIV감염인 의료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계획으로써 의료인 대상 교육과 대국민 대상 홍보 및 캠페인만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미 진행되어왔던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보완해서 더 강력한 효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의료차별의 문제는 단순히 어떤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잘못으로 개별적 책임을 묻기만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의료가 점점 더 사고팔 수 있는 것으로 상품화되며 공공성이 약해지고 있는 보건의료체계가 HIV감염인에 대한 진료거부와 차별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정부는 HIV감염인과 에이즈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와 의료차별의 큰 책임이 국가와 정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잘못을 인정한 후 정부는 소수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차별이 허용되고 방치되는 지금의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HIV감염인 및 에이즈환자가 겪는 인권침해와 차별은 의료기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기업과 일터에서 HIV감염인 노동자는 부당해고와 불이익에 시달리고 있고, 미등록 HIV감염인과 난민 HIV감염인 등은 치료제에 대한 접근이 너무 어려워 치료 그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여성 HIV감염인에 대한 성적낙인은 중첩되어 곱절로 가해지고, 성소수자와 에이즈에 대한 혐오는 너무나도 견고하게 연결되어 우리 사회의 낙인문제를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HIV감염인의 콘돔없는 성행위를 처벌해 HIV감염인을 범죄화하는 에이즈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죄는 아직도 존치되고 있으며, 포괄적 성교육과 차별금지법의 실현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국가와 정부는 법제도적 보완과 구조적 변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반드시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HIV/AIDS에 대한 낙인과 혐오가 구조적/사회적으로 작동하는 지금, HIV감염인 등의 단순히 어떤 집단에게 제공되는 어떠한 ‘서비스’, ‘처우’만 들여다보는 것은 국가적인 인권정책 계획으로서 너무나도 어설프고 무책임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차별과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어떤 집단이나 계층이 어떤 구조속에서 그러한 고통을 겪는 것인지를 분석하고 국가와 정부가 직접 자신에게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여 구조적 변화를 꾀해야만 비로소 무려 국가적 인권정책 계획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아닐까 합니다. 지금의 제4차 NAP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될지도 심각하게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정부가 인권정책에 대해 진심을 보이기를 촉구합니다.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으로 인권증진을 위한 행동을 이행하기를 촉구합니다. 국가의 역할과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갉아먹는 권력은 반드시 무너집니다. 우리의 투쟁에 응답해, NAP를 재논의하고 구체적으로 보완하고 강화하여 NAP의 실효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구체적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인권침해와 차별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십시오. 정부의 반성과 성찰없이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기자회견문] 인권도 평등도 없는 제4차 인권정책기본계획 규탄한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헌법의 기본권과 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의 국내 이행을 위하여 정부가 수립하는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 NAP)이다. 1993년 비엔나에서 유엔 주최로 개최된 세계인권회의에서 채택된 비엔나 선언 및 행동계획 각 국에 인권NAP 수립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제1차 계획을 수립한 이래 5년 주기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 및 시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허울뿐인 이름에 불과할뿐, 실질적으로 국가의 인권정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오지 못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제1차 및 2차 계획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촛불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된 제3차 계획 역시 인권시민사회의 의견을 형식적인 수준에서 반영하고 차별금지법 등 핵심적인 인권의 과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초안에 있던 성소수자, 병력에 대한 항목은 삭제되는 등, 후퇴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3월 26일 법무부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최종안을 발표했다. 5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이번 제4차 계획은 원래 2022년부터 논의되어 2023년부터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1년이나 지연된 것 자체가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인권에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시기만이 아니다. 지난 해 8월 법무부가 공개한 초안은 ‘성소수자’라는 단어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병력차별의 대표적인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해서도 실질적 대책이 아닌 홍보 캠페인 등 표면적 수준에 그치었다.

이러한 초안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법무부는 간담회를 통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한다 하였다. 그러나 이는 말뿐이었다.  간담회는 제한된 시간 내에 형식적으로 이루어졌고, 집회시위의 권리 파트에 경찰청이 불참하고, 여성 인권 파트에 여성가족부가 불참하는 등 관련 정부부처의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성평등, 성소수자 인권, 임신중지 등에 반대하며 혐오를 선동해 온 보수개신교 단체가 시민사회로 참여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인권의 원칙에 오히려 반하는 논의 과정을 거쳐 나온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초안보다 더욱 후퇴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은 여전히 없으며 온라인 혐오표현 대책에 한 단어가 들어있을 뿐이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거듭 권고해 온 탈시설에 대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고, 거주시설 장애인 인권 보호라는 역행하는 정책만 들어가 있다. 윤석열 정부들어 나날이 후퇴하는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는 경찰과 지자체에 의한 집회의 자유 침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국회의 논의 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는 한 줄만이 들어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초안에 있던 ‘성평등’이라는 문구가 모두 ‘양성평등’으로 바뀌었다. 성평등이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한다며 성교육을 반대하고 성평등 도서를 공공도서관에서 모두 제외시키려는 보수개신교 단체의 반인권적 요구를 정부가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비동의간음죄가 없고 디지털성범죄를 여성이 아닌 디지털 시대 인권으로 넣은 초안에 대한 비판은 하나도 수정하지 않은채, 양성평등으로의 후퇴만을 받아들인 최종안은, 정부가 누구의 목소리만을 듣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할 것이다.

법무부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우리 정부의 인권정책방향을 제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개된 내용을 보건대, 윤석열 정부의 인권정책방향은 분명하다. 인권과 평등, 존엄에는 어떠한 관심도 없고, 그저 형식적인 과제만을 몇개 내세우고 심지어 혐오에 동조하여 후퇴된 정책을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미 인권에 대해 무관심을 넘어 적대를 보이는 윤석열 정부였지만 지금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 의도를 드러낸 것에 인권시민사회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21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인권정책기본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국회, 특히 다수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규탄하는 바이다.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국무회의를 거쳐 곧 시행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것이 정부의 인권정책을 실질화하는 역할로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정부에 요구한다. 정부는 지금 당장 국가의 인권정책방향을 재논의하고 계획을 다시 수립하라. 이를 위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관한 법률 제정을 포함한 제도개선에 나서라. 정부가 몇 장의 문서로 소수자의 존재를 지운다 해도 존엄한 시민들의 삶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정부가 책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며 남겨지고 후퇴된 인권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나갈 것이다

2024. 4. 23

제4차 NAP를 규탄하는 인권시민사회단체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