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우리가 만든 평등의 마을에 찾아오시라. 국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차별금지법 4월제정 쟁취를 위한 성명]

우리가 만든 평등의 마을에 찾아오시라. 국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국회가 차별에 공조한 시간, 무려 15년이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되었지만, 국회는 번번히 우리에게 실망을 안겼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진전없이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70%가 훌쩍 넘는 국민이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회는 성소수자-HIV감염인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세력의 눈치를 보기에 바쁘다. 국회는, 마치 혐오선동세력과 일부 보수개신교의 악행을 덮어주는게 더 급한 것처럼, 혐오에 공조하며,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15년이라는 긴 시간, 국회가 택한 것은 평등이 아니라 차별이었다. 차별받는 사람들이 그대로 차별받도록, 내버려뒀다.

무책임한 국회의 행보때문에 HIV감염인과 에이즈환자가 경험하는 병력차별이 여전히 심각하다.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의 부재 아래, 에이즈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이 사회속에서, HIV감염인들은 사람들로부터 이웃으로 함께 지내기를 거부당한다. 아프면 치료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HIV감염인들은 병원으로부터 치료를 거부당하기 일쑤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때 손목이나 침대에, 때로는 밥을 먹는 식판에까지, HIV감염인에 대한 낙인을 표시하는 병원이 아직도 있고, 심지어 HIV감염인이기 때문에 돈을 더 내라고 하는 병원도 있다. 단순히 HIV감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학교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기를 거부당하고, 전파매개행위죄에 의해 범죄화의 피해를 입는다. 이 책임이 누구에게 있겠는가.

HIV감염인이고, 여성이고, 성소수자이고, 장애인이며, 이주민-이주노동자인,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밖에도 수많은 교차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수많은 ‘우리’가, 차별을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해왔다. 혐오정치에 의해, 양당체제에 의해, 시민의 권리를 외면하는 국회에 의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4월 11일, 국회 앞에 평등텐트촌을 꾸렸다. ‘우리’가 다 차려놓은 평등을 국회가 와서 먹을 때까지 미류, 종걸, 두 명의 활동가는 본인들도 숟가락을 내렸다. 국회가 차별받는 사람들을 그대로 차별받도록 내버려 둘 동안, ‘우리’는 평등을 외치고 서로의 곁을 지켜왔다. 이제는 정말,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할 시간이다. 국회 앞에 우리가 만든 평등의 마을에 찾아오시라. 차려놓은 평등을 보고 듣고 맛보러 오시라. 밥먹기를 포기한 활동가들이 다시 숟가락을 들 수 있도록 일을 하시라. 

더 늦기전에 국회는 평등에 합류하라. 평등을 염원하는, 차별에 저항하는 싸움이 외롭지 않도록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우리’안에, 국회도 들어오시라.

국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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