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롱 시즌4 – 5회차 후기

❚ 키싱에이즈쌀롱 시즌4 – 5회차 후기 ❚

감염인의 사랑과 연애

 작성: 갈릭



시즌4의 마지막 시간에 함께했습니다! 먼저 토마스님이 감염을 전후로 사랑과 연애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들려주셨어요. 확진 이후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음에도 거절당한 것에 상처도 받았고, 이후부터 관계에서 솔직해지기 어려웠다고 하셨어요. 연애는 관계이고, 관계에는 권력관계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감염과 비감염을 두고도 두 사람 사이에 권력의 편차가 생기는 것 같았다고.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 이전에 스스로 자기검열에 들어가요. 데이트에서도, 섹스에서도 상대방에게 맞춰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지나가듯이 뱉었던 다음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내 DNA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는데, 나를 좋아하려면 그것도 좋아해야지.”

 대화를 이어가면서 정말 문제가 되는 건 바이러스가 아니겠다는 의견도 나왔어요. HIV를 둘러싼 여러 희미한 영역들이야말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에는 감정적 차원도 있는 거니까요. “U=U”가 알려졌을 때 감염인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해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막연한 찜찜함과 불안으로 관계는 여전히 쉽지 않아요. 왜 이렇게 과학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지. 왜 나를 좋아하면서도 내 일부가 부담스럽다고 하는지. 그런데 나 자신도 위축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애인에게 혹은 썸타는 사람에게 감염인이라고 말할 것인지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래요.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내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근데 소중한 사람이 이걸로 떠나가는 건 피하고 싶고, 근데 그렇다고 상대를 속이는 것 같아 난감해져요. “알”의 초창기부터 제기된 질문이었고 여전히 질문으로 남아있다니, 관계는 언제나 우리의 화두인 것 같아요. 바이러스 자체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내 몸 안에서 억제되어 있으니까. 근데 사람 사이에서는, 나한테 특별한 사람하고는 이게 그렇게 명확하게 안 되는 거에요. 그래서 토마스님 말대로 “그 기묘한 바이러스”를 가지고 사는 일은 약 먹는 거 말고 감정적 부담과 씨름하는 게 필요했어요. 마음에 힘을 내면서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은 계속 남아있어요. 


 각자 그림을 그리고 발표하는 2부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뻗어나가는 모습, 그러면서 뭔가 침범하기도 하고, 겹쳐지기도 하고, 뒤섞이기도 하는 그런 모습. 여러 색깔로 그런 뻗어나감을 그려봤어요. 사랑한다는 것은 두 사람이 입술 박치기하고 헤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만나서 접촉하는 것 이상으로 서로의 영향을 받는 일이고, 그런 변화를 경험하고 싶어서 사귀는 거잖아요. 뭔가 테트리스에서 끝나지 않는 화학반응 같아요. 내가 어떻게 변화할지, 상대의 어떤 모습이 나에게 들어올지 기대하고 탐색하는 과정일 거에요. 연애를 이렇게 이해하면서 서로 다름을 주고받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워지면 좋겠어요. 다름도 관계의 일부로 합쳐진다면 부담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비대면 쌀롱은 그림을 그리고 보여주면서 대화가 풍성해져서 좋았어요. 그리면서 할 말도준비하고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도란도란, 이번 시즌도 잘 마쳤습니다!!








5회차를 마지막으로 키씽에이즈쌀롱 시즌4는 모두 끝났습니다.

열심히 고민해서 더 좋은 기획으로 시즌5가 시작되면
그때 많이 참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