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키씽에이즈쌀롱특별편:에이즈오브뮤직) 해피에이즈데이!

해피 에이즈 데이!

12월의 첫날이자 세계에이즈의 날이자 HIV감염인 인권의 날인 12월 1일이 꽤 지났습니다. 비바에서 진행했던 키씽에이즈쌀롱 특별편: 에이즈 오브 뮤직에 참가한 저 리디가 뒤늦게나마 그날의 기억을 살려보고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아무래도 여러사람앞에 나서는 특별 DJ로 섭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기에 상당히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전에 에이즈 오브 뮤직에 들어온 사연을 같이 보고 어떠한 톤으로 이야기를 나눌지 4시 근처 카페에서 주디를 만났습니다.

커뮤니티알의 활동가이신 소리와 소주님이 전달해주신 사연을 읽어보면서 많이 놀랐어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이 많이 섞여있었거든요. 인터뷰로 HIV감염인을 만난 이야기,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키씽에이즈쌀롱을 통해 인지하게 된 일, HIV감염인의 인권을 위해 투쟁해오던 인권활동가의 은퇴소식, HIV감염인의 평범한 일상 등 다양한 사연을 읽으며 ‘같은 HIV라는 질병에 대해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나올수 있구나’ 했어요. 끝나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당일까지 사연이 들어오면서 일부사연은 소개되지 못했다고 소리님과 소주님이 아쉬워하시더라구요!

저와 주디가 사연을 읽고 진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리허설 시간이 다가와 행사 장소였던 비바로 향했습니다. 가게 오픈전인데도 불구하고 사장님이 미리오셔서 테이블과 마이크 등 행사에 맞춰 세팅을 해주고 계셨어요. 짧은 인사를 나누고 마이크 외 행사 순서랑 동선을 체크하는 동안 공연을 위해 특별하게 모신 아네싸님과 세인님이 도착하셨답니다. 세인님은 저도 몇번 뵌 적이 있었는데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된 아네싸님이 저희가 낯설게 느껴지셨는지 어색해하시더라구요! 공연때의 모습이 본모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네싸님의 무대 외 모습을 알게된거 같아 너무 신기했답니다! 

그렇게 공연까지 리허설을 마치니  6시 30분이 되었어요. 마치고 나니 비바에 에이즈 오브 뮤직을 청취하러 오신 청취자분들이 들어오시기 시작했답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긴장이 되기 시작했었어요. 아무래도 첫 DJ로 무대에 서려니 더 떨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긴장된 마음을 이끌고 7시 정각에 행사를 시작했답니다. 처음에 어떻게 인사를 나눴는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너무 떨렸던 마음때문이겠죠? 절 위해 농담섞인 말로 긴장을 풀어준 주디가 너무 고마웠답니다.

인사를 마치고 첫 사연을 소개했어요. 커뮤니티 알의 정기후원인인 알파카이시자 직접 사연을 소개해주러 오신 혜진님의 사연이었습니다. 캠페인으로 커뮤니티 알 운영지기이신 포니님과 인터뷰를 한 이야기를 공유 해주며 라이오네시스의 Show me your pride를 신청곡으로 신청해주셨어요! 저는 사연 중 마지막에 ‘잘 살아가고 싶다는것이 많은 것을 바라는게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았어요. 소수자란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듯 우리가 함께 웃고 사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답니다. 우리 꼭 행복하게 웃는 세상을 만들어요!

다음은 이소라텀님의 사연이였는데요. 직업상 초기 HIV감염인들을 만난다고 하셨어요. 감염 사실을 알려주는 역할로 HIV감염인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좀 더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아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소라의 Track 12를 신청해주셨어요. 엘라이로서 자신의 지지가 HIV감염인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그와 동시에 초기 HIV감염인에게 감염사실을 알리는 사람에게 있어 심리적 지지가 얼마나 필요한지 잘 이야기 해주셨던것 같아요. 초기 HIV감염인에게는 주변인, 확진을 알려주는 사람의 지지가 정말 중요하니까요. 수 많은 HIV감염인들이 확진을 받았을 때 형식적인 업무가 아닌 지지를 해주는 사람에게 사실을 듣게 된다면 심리적인 안정이 더욱 빠르게 찾아오지 않을까합니다. 이소라텀님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응원할게요!

다음으로 온사연은 HIV감염인의 연애를 이야기해주신 송현님의 사연이였어요. 연애를 이어가던 상대가 콘돔을 끼지 않고싶다는 이유로 성병 검사를 요구했다고 해요. 그 과정에서 HIV를 혐오하는 발언을 들었고 결국 이별을 선택하셨다고 하셨다는 이야기와 함께 윤하의 사건의지평선을 신청해주셨어요. HIV감염인들 중 이러한 고민을 가진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U=U(미검출=전파불가)라는 과학적인 사실이 있음에도 그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은 별개의 문제니까요. 사회속에 아직 남아있는 HIV혐오를 없애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해보았답니다.

마침 지난 11월 10일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19조 전파매개행위의금지에 대한 공개변론도 진행 되었던터라 국가에서 혐오를 재생산하고 방치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UNAIDS에서 이야기하는 HIV감염 예방대책 중에는 초기 HIV감염인이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의료접근권이 보장되어야한다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조건들 중엔 HIV감염인의 비범죄화도 포함되어있답니다. 단순하게 질병을 가졌단이유로 특정 집단을 범죄화 하고 있다면 스스로를 드러내려고 하겠어요? 단순하게 HIV라는 질병에 대한 인식만 더 악화시킬 뿐이죠.

연애이야기를 하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진 것 같네요. 다음으로는 독특한 사연이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HIV감염인이자 미술작업을 하고계신 최장원님의 사연이었답니다. 아버지와의 무덤덤한 관계와 응원, 그리고 (귀여운)남자친구와의 연애를 이야기 직접 낭독해주시고 Troye Sivan의 Angel Baby를 신청해주셨는데요. 솔직히 많이 놀랐어요. 최장원님의 아버님이 아들의 HIV감염 사실을 알고 계신다는 것, HIV/AIDS를 주제로한 작품 활동 및 여러 매체에서의 모습을 응원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요. 사실 HIV감염인들 중엔 대부분 본인의 HIV감염사실을 가족에게 숨긴다고해요. 어찌보면 가장 가까울지 모르는 사람이 HIV라는 질병으로 본인을 혐오하거나 차별하진 않을까란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겠죠. 물론 최장원님도 본인의 의사로 알리신것도 아니고 가족과의 트러블도 있었다고해요. ‘그래도 가족이니까’, ‘곁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존재니까’라는 이야기를 하셨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가족의 지지만큼 든든한 것이 없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다음도 직접 사연을 낭독해주셨어요. 박재현님이 1996년에 직접 기고했던 글을 직접 읽어주시는 것과 함께 Elton John의 Your song을 신청해주셨는데요. 26년 전의 에이즈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표현했던 글이었어요. 그중 예방과 홍보에 대한 활동이 12월 1일 세계에이즈의 날만 같으면 좋겠다란 표현이 생각나요. HIV에 대한 인식 개선이 단 하루의 캠페인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26년이 지난 지금 예전과 비교했을 때 HIV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어떻게 바뀐것 같냐는 질문에 오히려 영악해졌다는 이야기도 생각나요. 과거에는 질병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혐오가 심했다면 지금은 세금이라던지, 비감염인을 HIV감염인에게서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식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 였어요. 

실제로 HIV 혐오의 논리로 세금도둑이라는 이야기를 많이해요. 비싼 약값을 왜 세금으로 내줘야하냐는 이야기죠. 하지만 HIV감염인이 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순간 HIV감염을 예방하지 못해요. 앞서 이야기했던 U=U가 그 근거죠. 비싼 약값을 책정한 초국적제약회사의 문제가 오히려 크다고 생각해요. 비싼 약값이 연구·개발비용을 생각하면 당연하다는 제약회사의 말은 거짓말이니까요. 실패한 연구가 아닌 성공한 연구에 대해 특허권만 사들여 판매하는 형태이기도 하고, 국가와 제약회사가 약값에 대한 논의를 할 때 갑은 제약회사에요. 수가 틀리면 안팔면 돼라는 마인드란거죠. 조금만 찾아보면 어떤것이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알텐데… 언제쯤 사람들이 현명해질까요?

다음은 사연 대신 의미가 있는 곡을 신청해주신 재킴님이었는데요. 바로 조지마이클의 Praying for time입니다. 노래가 나온 90년도에 조지마이클에겐 동성 파트너가 있었다고해요. 어느날 상대방의 HIV 감염사실을 알게 되었고 HIV문제에 대해 자신이 아무런 말도 못한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며 쓴 곡이 ‘기도의 시간’ ‘Praying for time’이라고 소개해주셨어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듣다보니 앞서 소개해드린 송현님의 사연이 떠오르더라구요. 파트너의 HIV 감염사실이 사랑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라봅니다.

또 이야기가 옆으로 샌거 같네요. 다음 사연은 정말 특별한 손님이 오셔서 특별한 사연을 소개해주셨어요. 바로 19년차 에이즈 인권활동가 권미란님이에요. 에이즈 운동을 하면서 많은 기억이 남으셨다고해요. 동료들을 걱정하고 어떻게하면 잘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이 그립다는 말과 함께, 힘도들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있어 19년을 달려올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올해까지 에이즈 인권활동을 마무리하고 내년에 은퇴한다는 소식도 함께 말씀해주셨는데요. 믿는 구석이 있어 은퇴를 결심할 수 있었다고 하셨어요. 오래전 동료활동가들이 12월 1일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이하여  만든 밴드 ‘이름하나못짓고’의 PL날다라는 곡을 신청해주셨는데요. 음원에도 없는 곡이라 직접 영상파일로 보내주셨답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마지막에 믿는구석이 무엇인지 질문을 드렸더니 지금의 에이즈 인권활동가들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말을 듣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울컥했답니다.

다음으로는 창근님의 이야기인데요. 키씽에이즈쌀롱 시즌1에 처음 참여하면서 HIV/AIDS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셨다고 해요. 실제로 본인이 고등학교 때 배운 에이즈는 죽는날만 기다리는 환자로 표현되어있었고, 10년 넘도록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해요. 하루에 한알 약을 먹으면 건강할 수 있다는 것, U=U 등 새로이 알게된 사실과 더불어 국가가 HIV감염인을 범죄화 하는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 차별의 확산을 수습하지 않고 방임하는 국가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되셨다고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또한, 차별에 기반한 잘못된 사실을 알게해준 키씽에이즈쌀롱, 커뮤니티알에 감사하다는 이야기까지 해주셨어요. 그리고 커뮤니티 알의 운영지기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YB의 흰수염고래를 신청해주셨어요. 이 사연을 들으면서 키씽에이즈쌀롱의 목적과 가장 맞닿아있는 사연이 아닐까 싶었어요. HIV에 대한 인식이 이 행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변화된다면 의미가 있는 행사가 아닐까 했는데, 실제 사연으로 들으니 리디는 정말 뿌듯했답니다! 물론 특별 DJ라 처음 참여한거지만요!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알의 운영지기이신 상훈님의 사연이였어요. 커뮤니티알을 처음 만들며 달걀을 꾸며 나누어주었던 일부터 지금까지 해온 활동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된 사연은 중간쯤 HIV에 대한 인식을 이야기로 이어졌어요. 차별의 경험을 다룰 수 밖에 없는 인권의 이야기 속에서 HIV라는 주제는 무겁고 진지하고 우울한 경향을 띄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래도 언젠가 퀴어문화축제처럼 세계에이즈의날이 ‘해피 에이즈 데이!’와 같은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즐거운 날이 되었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답니다. 신청곡은 마지막으로 밝게 마무리될 수 있는 자우림의 하하송을 신청해주셨어요.

이렇게 사연을 다 소개하고 이번 행사의 꽃인 특별 공연이 이어졌어요. 처음으로 세인님이 피아노 반주와 함께 직접 노래를 불러주셨답니다. 미색으로 잔잔하게 깔리는 목소리가 듣는이로 하여금 넋을 읽고 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어요. 2곡 중 특히 지킬 앤 하이드에 루시역이 부르는 A new life의 가사가 기억에 남았어요. ‘내 스스로를 감당해야 할 내 삶 쓰러지지마 버텨야 해’, ‘새 인생 폭풍은 지나갔어 새 인생 다시 태어날 것처럼 환생’라는 가사를 들으며 HIV감염 사실이 감당하기 어렵겠지만 지나가는 큰 폭풍으로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자라는 이야기로 들렸답니다.

2번째 공연은 아네싸님의 공연이었어요. 화려한 의상과 함께 등장하신 아네싸님!  처음은 Sia의 Alive였는데요. 처음에 눈을 가리는 가발을 착용하신채로 등장하셔서 ‘뭘까?’라는 궁금증이 생겼 었는데 글쎄… 중간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가위로 앞머리를 자르셨어요! 뭔가 답답한 현실을 깨부수고 나오는 듯한 해방감이 느껴졌답니다. 처음 리허설 때 보았던 아네싸님의 어색해하시던 모습과는 상당히 달라진 제스쳐가 놀랍기도 하면서 프로라는 것이 저런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첫번째 곡이 끝나고 두번째로 이어진 이소라 메들리에 맞춰 보여주신 퍼포먼스였어요. 무대에서 벗어나 관객들과의 소통을 하는 모습이어서 더욱 즐거웠답니다.

이렇게 모든 순서가 끝나고 선정된 사연과 함께 마무리 인사를 나눴어요. 12월 1일 세계에이즈의 날, HIV감염인 인권의 날로도 부르는 이날에 진행한 행사에서 저와 주디는 너무 행복하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가지고 마지막 인사를 했답니다. 12월 1일이 아닌 매일 HIV인권을 이야기해야한다는 박재현님의 사연과 더불어 커뮤니티 알의 운영지기이신 상훈님의 말을 빌려 이 후기글도 마무리해볼까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HIV와 함께 하고 있어요.

에브리 데이, 해피 에이즈 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