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 소주

오늘(01/19) 진행된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 커뮤니티알도 함께 했습니다. 소주 활동가의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의 활동가 소주입니다.

HIV감염인들의 소통공간이자 에이즈 인권단체로서, 저희 커뮤니티알도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을 지지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발언을 하게되었습니다.

저는 성소수자로서, 그리고 에이즈 인권활동가로서,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을 지지합니다. 장애인도 우리 사회에서 함께, 차별없이 평등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지하철 행동을 지지합니다.

다들 아마 아시겠지만, 이 지하철 행동의 다른 이름이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문장은 마치 누구나 가능할 것 같은 그런 말이고, 누구나 평등하게 지하철 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이 말이 장애인들에게는 이루기 어렵거나, 불가능하기도 한 말이라는 것이, 지금 오늘까지도 그렇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서울시에 의해서, 서울교통공사에 의해서, 장애인의 권리를 외면하는 기획재정부와 정치인들에 의해서 장애인이 이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노동할 권리, 탈시설할 권리, 우리의 인권이 가로막혔습니다. 그래서 너무 화가납니다.

저는 어린이였을 때부터 자라오며 ‘함께 서로 돕고 배려하며 살자’는 가치를 배웠습니다. 도덕교과서에도 그런 내용이 나왔고요, 어른들도 많이 그런 말씀 하셨습니다. TV에서도 따듯하고 감동적인 사례의 영상 콘텐츠가 방송되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그래서 저는 어려서부터 세상이 따듯한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따듯함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헌법에 ‘누구든 차별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된 이 국가는 사실 차별이 난무하고 인권침해가 일상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제가 단지 비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을 받고, 버스를 타고, 노동을 하고,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사는 동안, 장애인은 교육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지하철은 무정차에다가 버스는 탈 수가 없고, 시설에 수십년을 갇혀 살아야만 했습니다. 지금까지도요. 지금도요. 제가 살아온 세상의 따듯함과 평등은 거짓이었습니다.

마치 HIV감염인과 에이즈환자가 아파서 찾아간 병원에서 진료거부와 의료차별로 쫓겨나는 것처럼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의 세상을 위해 추방당해왔습니다. 비장애인들만의 이동과 돈과 평화를 위해 만든 세상을 지키느라, 국가는 장애인을 쫓아내왔습니다. 여태껏, 지금도요.

그래서요, 여기 계신 장애인 동지들이 멈춘 세상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장연이 만들어낸 지연된 열차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동안 수없이 잘라낸 머리카락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장연이 이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결국에는 이길테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기고 있습니다. 참 많은 혐오와 욕설, 비난과 낙인도 보는데요, 그것들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결국에 이기는 것은 함께 살아갈 우리의 의지와 권리, 인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전장연에게 배운게 있습니다. 속도입니다. 속도를 배웠습니다. 멈추고, 천천히 가고, 느리게 갈 자신감을 배웠습니다. 아까 제가 장애인 동지들이 멈춘 세상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그 희망이 더욱 커지고 현실이 되도록, 같이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혐오하고 욕하고, 비난하고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 대신에,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멈추는 걸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멈춥시다. 우리 다같이 멈춥시다.

장애인도 함께 교육받고, 일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시설에 갇히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 잠시 멈추면 좋겠습니다. 지하철의 잠시 멈춘 시간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조금 더 평등하고 살만하게 만드니까, 같이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함께 탑시다. 못탄 사람 없도록 끝까지 기다립시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