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후기] 3월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맞이 오픈마이크

3월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맞이 오픈마이크 행사 후기

작성: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3월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International Transgender Day of Visibility, TDoV)을 맞아 4월 1일, 홍대 광장무대에서 오픈마이크 행사가 박수와 웃음, 행복한 에너지 속에 무사히 진행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는데요, 오픈마이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와주신 분들 뿐 아니라, 주말을 맞아 홍대를 찾은 수많은 사람들이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보고 느끼며 생각해볼 수 있었던 행사였습니다. 특히 트랜스젠더 당사자로서 그리고 앨라이로서,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힘겹게 용기를 꺼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첫 번째 발언으로 행사를 열어주신 에디님께서는 ‘친한 20대 젠더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서럽고 비참한 경험을 하더라도 스스로를 지키는 시간들이 굳은살처럼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니 자신을 탓하지 말고, 또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사회를 욕하자고 당찬 말을 건네주셨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50살의, 60살의 트랜스젠더로서 디테일한 행복을 꿈꾸며 잘 살자는 용기도 나눠주셨습니다.

두 번째 발언은 트랜스젠더부모모임의 애니님께서 앨라이로서 이어주셨습니다. 처음에 딸에게 커밍아웃을 받았을 때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캐나다에서 지내는 딸이 행복하게,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잘 지내는 이야기를 나눠주시며 한국사회가 어떻게 트랜스젠더 포용적인 사회가 되어야하는지 짚어주셨습니다. 우리 사회의 트랜스젠더들이, 성소수자들이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상상할 수 있도록 이 사회의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순서로는 꾸냥님의 글과 무지님의 글을 각각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인 규리님과 성조님께서 대독해주셨습니다. 꾸냥님께서는 ‘거짓’으로 살 수밖에 없는 자신과 ‘나’로서 살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셨는데요, 때때로 ‘거짓’으로 살 수밖에 없더라도 그 피노키오들은 항상 우리 곁에, 주변에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무지님께서도 아직은 벽장 안에 있기도 하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는 자신이 되고 싶다는, 그리고 주변의 친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꿈과 용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이야기들에 이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무나님과 소유님께서 멋진 공연을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무나님께서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당사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보고있는 자리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도 나눠주셨습니다. 긴장되어 떨리던 목소리에서 오히려 우리는 단단함을 느꼈고 환호와 박수로 그 용기에 화답했습니다. 소유님께서는 베이시스트로 무대에 선 것이 이 행사가 처음이라고 하셨는데요, 전혀 긴장된 모습이 없었고 베테랑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무나님과 소유님의 공연을 많이 많이 청하고 싶습니다! 무나님과 소유님이 공연해주신 첫 곡의 가사를 나눕니다.

제목: 모난 돌
하루 하루 살아는 게
왜 이리 힘겨운지
한숨 쉬던 너는
구르고 굴러
둥글어지면 편해질까
내게 물었지
모난 돌들이 둥글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나는 꿈꾸네
모난 돌들이 아름다워지는
세상을 나는 꿈꾸네

이어 녹색당의 난설헌님께서 발언을 해주셨는데요, 혐오와 차별에 이별을 고하자는 힘찬 말씀을 나눠주셨습니다. 앨라이로서 트랜스젠더 친구들, 이웃들에게 함께 손을 건네자는 따듯한 이야기도 덧붙여주셨고요! 난설헌님의 말씀처럼 차별과 헤어지고, 벚꽃처럼 따듯한 세상을 빨리 함께 만들어야겠습니다.

그 다음 발언순서는 케이팝을 만들고 프로듀싱하는 지연님의 순서였는데요, 아쉽게 현장에서 직접 발언으로 함께 해주시지 못하여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길벗님께서 대독해주셨습니다. 지연님께서는 현재의 케이팝 문화마저 성별이분법적이고 시스젠더 이성애자 중심적인 현실을 지적해주시며, 경쟁하기보다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하는 자리에서 노래하고 춤 추겠다고, 풀뿌리 아이돌 활동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퀴어커뮤니티가 서로를 보듬고 안아주는 힘을 가진 만큼, 우리가 모두 그걸 기억하고 서로를 풍요롭게 만들어주자고 해주셨습니다.

다음으로 주하님과 이챌님의 이야기를 각각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소주님과 한희님께서 대독해주셨습니다. 주하님은 바이섹슈얼 여성으로서, 이챌님은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사정 상 행사에서 직접 발언은 하지 못했지만 점점 세상에 당당히 자신을 알리고 보여주는 당사자로서의 용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주하님, 그리고 이챌님과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온전히 토해냄으로 같이 만들어갈 따뜻한 봄이 기대됩니다.

이어 다양성을향한지속가능한움직임 다움의 활동가이신 심기용님께서 발언을 해주셨습니다. 심기용님께서는 캔맥주 하나를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위해 원샷하시며 발언을 시작하셨습니다. 우리의 생존과 존재가 곧 이 시대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말씀이 감명 깊었고, 트랜스! 하면 젠더! 로 화답한 우리의 구호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아, 계속된 사랑고백도 기억에 남아요. 행사에 함께 해주신 분들과 트랜스젠더 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함께하자는 말을 힘차게 건네주셨습니다.

마지막 발언으로 행사를 장식해주신 최서신님의 발언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이렇게 발언하시는게 처음이라는 최서신님께서는 매우 긴장하신 듯 하셨습니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밝힌 용기는 우리 모두가 기억할 것입니다. 어쩌면 행사에 함께 참여한 우리 모두가 경험하기도 했었던 그 긴장과 떨림에,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습니다.

단체사진으로 마무리 할 때에는 우리 모두가 함께, 심기용님이 제안했던 구호인 트랜스!젠더!를 외쳤습니다. 홍대 한 가운데서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젠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트랜스젠더’를 크게 소리내 외쳤던 순간은 너무 소중했습니다. 홍대에 놀러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기억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며, 말 그대로 ‘가시화’의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트랜스! 젠더! 트랜스젠더!

우리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살아가는 존엄한 트랜스젠더, 때로는 평범하게 때로는 특별하게 일상을 일구어내는 우리를 응원합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앞으로도 성별이분법과 고정된 성역할에 맞서 여러분과 함께 저항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태어나 지정되는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자유로이 드러내고 존중받는 사회로, 같이 갑시다! 같이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