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의 인권을 공격하는 KNN 방송 등을 규탄한다. 조작과 왜곡 수준의 혐오선동 방송은 당장 퇴출되어야 한다.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의 인권을 공격하는 KNN 방송 등을 규탄한다.
조작과 왜곡 수준의 혐오선동 방송은 당장 퇴출되어야 한다.

최근 언론이 성소수자과 HIV감염인을 겨냥하여 악의적으로 내보내는 기사들이 눈에 띈다.

4월 20일과 21일 KNN와 조선일보를 비롯한 방송·언론사들은 마약 환각파티를 한 6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KNN뉴스를 받아쓴 조선일보가 “이들 중 일부가 ‘성소수자’이고 ‘에이즈 감염자’라고 알려졌다”고 표현한 것과 달리 KNN은 이들이 모두 에이즈 감염이라는 뉴스를 내보냈다. KNN뉴스의 제목과 해시테그를 보라. “[적발 현장] 에이즈에 감염된 채 모텔서 집단 마약파티한 마약사범 60명 무더기 검거 #마약 #성소수자 #필로폰” (2023.4.20. KNN) 중소 언론매체들 또한 같은 카피로 마구 찍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KNN 뉴스가 내보낸 뉴스의 원래 소스는 “호텔서 필로폰 만들고…호텔서 은밀한 마약 파티”(2023.4.20. SBS), “모텔 화장실에서 필로폰 제조…클럽에서 집단 투약”(2023.4.20. YTN) 으로 보인다. 이 두개의 뉴스에는 어디에도 성소수자, ‘에이즈’라는 언급이 없다. 동영상 어디에도 “모텔서 집단 마약파티한 마약사범 60명”은 보이지 않는다.

SBS와 YTN이 재료로 삼은 사건도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사건이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자 언론도 부화뇌동 중인가? 게다가 이들은 사건을 하나같이 자극적으로 과장하고 성소수자와 HIV감염인 혐오로 연결한다. 61명은 한 장소에서 약물을 한 것이 아니다. 경찰은 이들을 개별적으로 검거했다. “검거당시 단체 에이즈 감염”이라니. 검거당시에 HIV테스트라도 했단 말인가? KNN 뉴스는 취재했는가? 책임질 수 있는 보도인가? KNN 뉴스는 SBS와 YTN이 만든 뉴스를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을 공격하는 재료로 조작하고 재창조했다. 여기에 무슨 보도의 가치와 공공의 이익이 있는가?

한데 검거한 이들의 HIV감염사실을 밝힌 까닭은 무엇인가. 기사는 약물에 HIV감염을 가져다 붙이면서 ‘환각파티’라고 부른다.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지 않는 질병사실과 약물사용을 애써 이어붙이면서 문란하고 위험한 이들로 과잉 묘사하는 것이다. 여기에 적발된 이들의 직종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위험한 이들이 당신 곁에 있는 이웃이라는 점을 굳이 밝히는 전형적인 레토릭은 공포를 조장하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근래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을 향한 언론의 난도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엠폭스 국내 확진자가 발견되는 지금, 성소수자의 섹스에 대한 과도한 경계와 낙인은 경계할 수밖에 없다. 이미 4월 17일 머니투데이의 기사 <“양성애자가 걸리면…” 의사의 경고, 엠폭스 지역사회 확산 우려>는 양성애자가 걸리면 질병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의사의 발언을 길게 인용한 바 있다. 질병의 확산 근거를 특정 정체성에 직결시키는 주장은 예방의 방법도 아닐 뿐더러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기는 커녕 2~4주 내에 자연치유되며 치명률이 1%도 되지 않는 질병의 공포를 과장하여 취약한 이들을 향한 혐오만을 조장할 뿐이다.

이미 당신들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약속을 만들었다. 현직 기자들이 만든 인권보도준칙은 성적 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짓지 않을 것을 주문한다. 사건을 어떻게든 선정적으로 연출하는 언론은 위기를 예방하고 불식하기보다 위기를 조장하고 위기에 취약한 이들을 사회에서 고립시킬 뿐이다. 이는 모두에게 해로운 사회의 통념을 강화할 뿐임을 알아야 한다.

2023. 4. 23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 전 문
언론은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증진을 목표로 삼는다.
언론은 이를 위해 인권문제를 적극 발굴․보도하여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키고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가 정착되도록 여론형성에 앞장선다.
언론은 일상적 보도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아울러 ‘다름’과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언론은 인권의 증진이 기본적 사명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민의 인권의식 향상과 인권존중문화 확산에 기여한다.
이에 따라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인권보도준칙을 제정하여 이를 준수하도록 권고한다.

■ 총 강

1. 언론은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국제규범과 헌법에서 보장된 인권이 실현되도록 노력한다.
2. 언론은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적용한다.
3. 언론은 표현의 자유 등 민주적 공동체 구현에 필수 불가결한 기본권의 신장과 모든 사람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힘쓴다.
4. 언론은 인권 사각지대의 인권 현안을 적극 발굴하여 우리 사회의 인권신장에 앞장선다.
5. 언론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그들이 차별과 소외를 받지 않도록 감시하고 제도적 권리 보장을 촉구한다.
6. 언론은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편견 등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용어 선택과 표현에 주의를 기울인다.
7. 언론은 사진과 영상보도에서도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8. 언론은 생명권 보장과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자살보도에 신중을 기한다.
9. 언론은 인권교육매체로서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 향상과 인권감수성 향상에 기여한다.
10. 언론은 오보 등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한 경우 솔직하게 인정하고 신속하게 바로잡는다.

제8장 성적 소수자 인권

1. 언론은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가. 성적 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나 진실을 왜곡하는 내용, ‘성적 취향’ 등 잘못된 개념의 용어 사용에 주의한다.
나. 성적 소수자가 잘못되고 타락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담지 않는다.
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라.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2. 언론은 성적 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지 않는다.
가. 성적 소수자의 성 정체성을 정신 질환이나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묘사하는 표현에 주의한다.
나. 에이즈 등 특정 질환이나 성매매, 마약 등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지 않는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section4.html?p_num=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