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6 헌법재판소 판결의 의미 및 기자회견 발언문

오늘 전파매개행위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으로 판결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합헌의견에서도 U=U(미검출=전파불가)는 명확히 인정하며 HIV감염인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했고, 더 나아가 재판관 5명의 위헌의견에서도 U=U 사실 아래 치료를 꾸준히 받는 감염인에 대한 처벌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했습니다.

1980년 후반에 만들어진 전파매개행위죄가 의과학에 발달과 사회적 변화에도 없어지지 않고 존치되게 된 것은 헌법재판소에게 매우 실망스럽지만, 위헌성이 점차 확인되고 알려지게 되고 있는 것은 HIV/AIDS인권운동과 커뮤니티의 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HIV/AIDS 비범죄화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함께 해요!

오늘 기자회견에서 소리 활동가가 발언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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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국가는 우리를 범죄자로 만들지마라

소리(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나는 꾸준한 치료를 통해 11년째 HIV가 미검출인 HIV 감염인이다. 나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내 성 파트너에게 HIV 전파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전파의 주체가 될 수 없음에도 왜 나는, 우리는 범죄자가 되어야만 하는가.

HIV 감염인이 치료를 꾸준히 받아 미검출에 도달할 경우 콘돔없는 성관계를 통해 HIV를 전파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전세계적으로 U=U(미검출=전파불가)라는 슬로건 아래 UNAIDS, WHO, CDC 등 여러 보건기구 및 에이즈관련 기구에서 인정하고 있다. 한국 또한 질병관리청 홈페이지를 통해 U=U를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이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조 전파매개행위죄를 통해 HIV 감염인의 성관계를 의도성, 전파유무와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처벌하고 있다. 또한, HIV 감염사실을 확인하고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 미검출에 도달하여 전파 주체가 되지못하는 감염인이 그 처벌대상에 포함된다. 인간의 가장 내밀한 사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성관계를 국가가 통제하고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19조 전파매개행위죄는 입법목적이라고 볼수 있는 공중보건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작용하기보다 개인간의 분쟁이나 보복, 특정집단을 차별하기 위해 사용되며 예방을 저해한다. 실제로 미국 내 전파매개행위죄와 같은 조항이 있는 주와 그렇지 않은 주와 비교하는 연구(Sweeney et al., 2017)를 통해 전파매개행위죄와 같은 범죄화 조항이 HIV 예방에 효과적이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었다. 오히려 특정 집단을 범죄화하는 것은 본인의 HIV 감염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자발적 조기검진을 통해 HIV 감염사실을 빠르게 확인하고, 치료에 보다 일찍 참여하는 것을 방해한다. 우리는 이미 감염병을 가진, 본인이 감염병을 가진 것을 알고있는 사람들을 법이나 행정으로 통제하고 처벌하고자 할 때 조기검진을 방해하고 낙인을 찍는다는 것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확인한바 있다.

이미 19조 전파매개행위죄는 2008년 개정당시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HIV감염인의 성관계에 대한 처벌을 삭제했다.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고, 감염 예방조치 여부로써 추상적 위험범 형식의 범죄를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HIV 감염인의 콘돔없는 성관계를 처벌하고 있다. 애매하게 남겨놓은 전파매개행위라는 단어로 인해 과도한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것이다.

이처럼 19조 전파매개행위죄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공중보건 및 예방과 관련하여 효과성을 입증할수 없다. 이는 예방을 방해하는 구시대의 잔재일 뿐이다. HIV 감염인을 처벌하고, 통제하는 것으로는 HIV의 전파를 막을 수 없다. 올바른 교육과 인식개선, 낙인해소와 HIV감염인의 인권증진이 HIV예방의 지름길이다.

더 이상 국가는 우리를 전파매개체로 바라보고 범죄자로 만들지 마라!
차별과 낙인, 혐오로 가득한 악법, 19조 전파매개행위죄를 폐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