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탄성명] 자격없는 국가인권위원장의 ‘차별 확산’이 우려된다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내정자의 에이즈 혐오차별 발언에 부쳐

[규탄성명] 자격없는 국가인권위원장의 ‘차별 확산’이 우려된다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내정자의 에이즈 혐오차별 발언에 부쳐

우리 사회에 HIV/AIDS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고, 에이즈 낙인과 혐오, 차별이 아주 심각한 만큼 국가인권위원회는 HIV/AIDS 감염인 인권보장을 위해 꼭 필요한 국가 기구로서 역할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HIV/AIDS 감염인을 거부하고 치료하지 않으려하는 의료기관, 정확한 정보없이 단지 HIV만을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준 기업과 사업주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그에 따른 권고를 결정하는 등 HIV/AIDS 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더 나아가 여러차례의 입장 및 성명 발표를 통해 HIV/AIDS를 비롯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중단하기 위한 목소리도 꾸준히 사회에 전달했다. 낙인, 차별과 혐오의 수많은 피해자들과 HIV/AIDS 인권운동이 두드렸을 때 그나마 많이 열렸던 문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이였다.

그런데 그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보장의 가치를 저버리고 위반하게 될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차기 위원장으로 내정된 안창호 내정자는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가 확산된다’는 주장을 올해 자신이 펴낸 책을 통해 주장한 바 있는데, 어제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 얘기를 되풀이하며 다시금 그 자격없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그는 또한 ‘동성애는 특정 이념을 가진 사람들의 수단’이라며, ‘동성애는 자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면 안된다’는 등 인권과 성평등에 대한 몰지각함을 재차 드러냈다. 특정 질병과 집단, 인권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심각한 차별을 부추기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장이 되려고 하는 지금의 상황에 통탄한다.

HIV/AIDS가 일상생활을 통해 다른 이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아주 오래전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고, HIV감염인이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콘돔없는 성관계를 통해도 타인에게 HIV를 전파할 가능성이 0%라는 U=U 캠페인이 과학적으로 입증된지 약 10년이다. 이는 UNAIDS 등 국제기구 및 세계 여러국가의 보건당국 등이 동참하고 있을 정도로 전 지구적으로 인정되었으며 알려지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그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에이즈가 확산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노릇이니,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HIV/AIDS 등 감염병은 그 사회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특정 집단이 취약성을 가질 수 있는데, 그때 필요한 것은 그 어떤 특정 집단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아니라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취약한 부분을 권리로서 보장하기 위해 고민하고 이행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시대에 역행하며 이미 인권에 대한 몰지성으로 심각한 사회적 피해를 초래하고 있는 안창호 내정자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HIV감염인의 인권증진이 예방의 지름길이다’는 기조 아래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차별해소와 비범죄화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오고 있는 HIV/AIDS 인권운동의 투쟁 대상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장이 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과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 근본적으로 질문할 필요가 있다. 그 이름 답게, 인권의 기치 아래 차별을 막아내고 이미 발생한 차별에 문제제기할 수 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지금 질문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차별과 혐오 피해의 ‘확산’이다. 그 차별과 혐오 확산에 앞장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하등 필요없다.

2024.09.04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