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후기] 네덜란드 HIV/AIDS 활동가 간담회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네덜란드에서 여성이주민이자 HIV감염인으로서 낙인과 싸우는 인권활동과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엘리안씨와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파트너이자 동료인 마이크 씨도 동석했습니다.

작성: 타리(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한국에 첫번째로 방한한 엘리안씨는 부룬디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2007년 네덜란드로 이주하여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다 드러내지 않고 예술활동을 했지만 몇년 지나서 도시 한가운데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커밍아웃한 흑인 여성 피엘로 광고판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주민에게 자신이 좋은 모델이 되길 바랐고, 종교로 인해서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광고판 문구에 일부러 “신은 나를 사랑한다”고 썼다고요. 네덜란드에서도 HIV 감염인이라는 직장을 잃거나 잡혀있던 수술이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네덜란드 내에서의 HIV 예방정책, 감염인 지원 정책 모두 선주민, 백인, 남성 중심이기 때문에 주류 정책을 비판하며 여성이주민으로서 독자적인 활동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엘리안 씨는 크게 두가지 활동을 설명해주었습니다. 한가지는 “희망의 이야기” 프로젝트입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의 희망을 드러내고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희망의 스토리 소개 보기 https://hivstigmafighter.com/stories-of-hope/
희망의 스토리의 다양한 이야기 보기 https://storiesofhope.nl/

그리고 스토리와 얼굴을 카드로 만들어서 진료실, 대기실, 단체에 비치해두는데요. 간단한 라이프 스타일과 필요한 정보를 넣어서 자신과 비슷한 피엘 동료를 찾거나 정보를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사진 속 얼굴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해서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요. 한국에서 커밍아웃한 피엘 중에서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이야기와 사진을 보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활동은 “번창” 프로젝트로서 노인으로 살아가는 HIV감염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커뮤니티와 함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프로젝트입니다. 과학적 발전도 중요하고 의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나이 들면서 감염인으로 어떻게 나이 들어 갈 것인가 그 방향성을 결정하는 건 감염인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어떻게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 건지 어떤 삶을 앞으로 이제 연행을 살아갈 건지 이런 것들을 고민을 나누기 위해서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사람들에게 나무 조각을 주고 익명으로 궁금한 질문이나 고민을 적게 하고 젠가 처럼 쌓아서 다른 사람들이 나무를 뽑아서 나온 질문을 나누고 자유롭게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또한 HIV/AIDS 운동에서 뒷전이 되어왔던 여성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초점을 둔 활동 또한 소개했습니다. 루마니아를 비롯한 의약품 접근이 제한적인 나라에 살고 있는 임신한 감염인 여성에게 약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인데요, 네덜란드에서 처방받은 약 중에 복용하지 않고 남은 약을 모아서 루마니아까지 안전하게 운송해서 전달하는 프로젝트 입니다. 루마니아 활동가는 사전에 약이 필요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배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루마이나에는 우크라이나 난민도 많아서 이들이 공식적으로 의약품에 접근 가능하기까지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법적이고 비공식적인 활동이라는 것을 알지만 절실하기 때문에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 여성은 프렙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성노동자로 등록된 여성에게만 제한적으로 시행되는 프렙 접근성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열려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벌이는 최초의 여성 활동가라고 했습니다.

또한 에릭이라는 드랙킹 부캐를 가지고 예술적 실천과 인권활동을 연계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드랙+액티비즘을 합쳐서 드랙티비즘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에릭의 활동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더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ericthedragking/
한국에 와서도 비바, 드랙 카바레 등에서 공연을 가졌다고 합니다.

엘리안 씨는 피엘 커뮤니티에서도 주변화된 당사자의 경험과 당사자들간의 만남과 교류로 출발한 활동이 힘을 얻을 수 있고, 커뮤니티에 근거해서 국제연대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간담회에 참여한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HIV/AIDS인권행동 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등의 단체들이 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이주민/난민을 위한 검진과 치료제 접근을 위해서 하고 있는 노력과 여성 감염인 조직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투쟁하는 여성으로서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엘리안 씨의 이야기를 한국의 당사자들과도 공유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힘이 되겠다는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서로의 삶과 투쟁을 응원하며 또 만날 날을 기약했습니다!

*한-영 통역을 맡아준 화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