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수준낮은 정치를 남겨두고 우리 성소수자는 이미 전진하고 있다. 정치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한다.

[2024 국회 국정감사에 대한 논평] 

수준낮은 정치를 남겨두고 우리 성소수자는 이미 전진하고 있다. 정치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한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오늘로 마무리된다. 지난 한 달여 간 이루어진 국정감사는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관하여 검토하고 개선을 촉구하며 이를 시민들에게 알린다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정쟁에 몰두하여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주로 보여줬다. 그리고 이는 성소수자 인권 법제와 정책에 있어서도 다를 바 없었다. 

지난 10월 8일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교육청 교육자료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관한 설명이 적시된 것이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대한민국은 동성애가 인정되는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대답한 장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금도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대부분의 공공시설이 성별이분법으로만 나뉘어진 사회 속에서 공중 화장실조차 제대로 가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한채, 국회의원과 장관이 나란히 동성애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밑도 끝도 없는 혐오발언만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러한 성소수자 혐오는 다른 위원회에서도 펼쳐졌다. 10월 17일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성확정수술 없이 성별정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문제’라 지적하며, 통계를 들어 성별정정이 쉬워졌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임병렬 청주지방법원장 역시 “문제가 있다”고 답하였다. 조 의원과 임 법원장은 알고 있는가. 성별정정 통계가 잡히게 된 것이 오랜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요구에 따른 성과라는 것을. 그럼에도 여전히 외과수술의 강요 앞에 자신답게 살 권리를 박탈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어제(31일) 이루어진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는 지금 윤석열 정부 하에서 인권의 원칙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청문회 때 부터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에 대해 혐오를 드러내 온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평등과 차별금지법을 위한 법 제도와 마련 및 혐오표현 대응에 노력하고 있다”는 인권위 사전업무보고에 대해 “전체적으로 제 의사와 달리 전달이 됐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인권기구를 총괄하는 사람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의견을 숙고해야 한다는 말을 버젓히 하는 것은 이것이 몇몇의 일탈이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정권과 여당이 동조하며 만들어 온 결과이다. 

이러한 혐오정치에 대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응 역시 개탄스럽다. 동성혼 법제화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하다는 이재명 대표, 보수개신교 대표들을 만나 차별금지법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한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은 민주당 지도부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의 토양 위에서 보수개신교의 혐오선동은 여전히 그 세를 과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인권의 진전은 공허한 여의도의 울림이 아닌 구체적인 성소수자의 삶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10월 10일, 국제 커밍아웃의 날을 하루 앞두고 11쌍의 동성 부부가 혼인평등소송을 시작했다. 지난 7월 18일 대법원이 동성 배우자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한 성과를 이어받아 한국 사회의 혼인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움직임이 나왔다. 10월 7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위 피부양자 판결을 이야기하며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에의 확대를 질의했고, 조구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긍정적인 태도로 답을 했다. 이러한 성과는 용기 있게 자신을 드러냈고 변화를 위해 싸워온 성소수자들이 만든 것이다. 

국정감사는 종료되었지만 성소수자 시민들의 삶은 지속된다. 정치가 근거도 없이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 성별정정을 쉽게 허가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고 보수개신교의 ‘일부’ 극단적 의견에 동조한다고 존재하는 성소수자를 지울 수는 없다. 혼인평등을 실현하고 성별정정 자기결정권을 보장받고, 학교와 일터에서의 모든 차별을 없앨 때까지 성소수자와, 함께 하는 시민들은 거침없이 나아갈 것이다. 이에 발맞출 것인지, 아니면 혐오 앞에 도태될 것인지는 정치의 과제이다. 부디 정치가 실수 없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2024.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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